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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겨냥 K-9포 세 배 증강, 예비 포탄은 규정의 10% 불과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난달 북한이 서해 비파곶 부근에 해상침투 특수부대인 해상저격3여단 3000여 명을 배치했고 이들을 수송할 고속 공기부양정 60~70대를 최근 완공된 고암포 전진 기지에 배치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저격여단 3000명이 공기부양정을 타고 기습하면 30분 만에 백령도가 점령당할 수도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본다.
당시 탈북자들도 “서해5도에 대한 북한의 공격 준비 움직임이 황해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첩보를 당국에 전달했다는 말도 돌았다. 합동참모본부는 그러나 “황해도 등에서의 북한군 움직임은 통상적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본지는 해군 전 제독 4명을 만났다. 해군작전사령관 출신 김성만 전 제독(해사 25기, 해군 중장 출신)은 “천안함 공격→연평 포격→공기부양정 전진 배치→저격여단 이동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전술적으로 서해 도서 침공을 위한 단계별 점검”이라고 했다. 천안함 공격으로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북한의 수중 공격 능력을 점검하고, 연평도 포격으로 황해도 해안에 배치된 1000여 문 해안포와 수백 문 지상군 방사포의 능력을 확인했으며, 고암포 기지 완성으로 30분 내 기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침공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는 “남쪽의 정치 상황을 보겠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핵 정상회담 직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군 제독들은 기습에 가장 노출된 곳으로 대청·소청도를 꼽았다. 백령도는 섬이 크고 6여단 본부가 있어 병력이 많지만 이 두 섬은 병력이 적고 중화기가 부족해 공격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 특히 해병대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어떤 대응을 해왔는지 알아봤다. 해병대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로 육상에서의 대응이었다. 대청·소청도에는 현재 중대급인 해병 6여단 대청부대를 대대 규모로 늘린다. 연평도·우도를 관할하는 연평부대도 90대대와 우도경비대로 새로 편성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병력 100여 명 내외씩뿐이어서 기습 공격에 취약했을 이들 도서에 모두 700여 명 이상 해병 병력이 증강 배치된다. 방어력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장사정포(방사포)와 해안포의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화했다. 연평도 공격 때처럼 장사정포가 공격할 경우 원점을 응징할 수 있는 K-9자주포를 현재의 10여 대에서 3배 이상으로 대폭 늘려 서해5도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시 K-9포 6문 중 2문이 고장 나 지탄을 받았었다.

해안 절벽 동굴 속에 배치된 해안포가 공격할 경우 대응할 정밀타격무기인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NLOS미사일도 2012년까지 50여 발을 확보한다. 지금까지는 곡사 무기인 K-9포로는 해안포를 응징할 수 없었지만 스파이크 미사일은 직사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포를 쏠 경우 원점을 확인하는 대포병 탐지 레이더도 해병대용으로 두 대 들여온다. 그동안은 육군에서 아서 레이더 두 대를 빌려 사용해왔다. 나아가 6여단의 전차·방공부대를 늘리며, 연평부대에는 포병대대를 새로 두는 등의 화력 증강도 이뤄진다. 이 같은 조치에도 인력이 400명 가까이 필요하며 그 결과 서북5도 전체에 1100명가량의 병력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이외에 ▶한 대뿐인 영상감시체계도 대폭 증강 ▶포성으로 북한 포의 위치를 탐지하는 음향표적 탐지 장비도 두 대 신규 구입 ▶정찰 비행선도 내년 도입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또 2011~2015년 모두 3900여억원을 들여 2단계에 걸쳐 서북 도서 전체를 요새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로는 서해5도의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은 포탄 문제가 있다. 본지는 서해5도 방어의 핵심 무기인 K-9자주포는 3배 이상 늘어나지만 전시 대비 예비 포탄은 규정의 10%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해병대의 국회 보고를 확인했다. 이 정도로는 며칠 밖에 못 버틴다. 또 신축 중인 탄약고가 완료돼도 예비량은 현재의 2배 정도에 그친다. 이에 대해 해병대 공보실은 “K-9자주포의 재고 포탄 기준량은 다른 탄종과 다르며 현재도 60%는 확보하고 있다”며 “연내에는 다 보충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해병대가 국회 보고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또 군사 전문가들은 “해병대의 조치는 북한의 포 공격에 대한 대응에 집중돼 있고 기습 침투할 북한의 잠수정·반잠수정·공기부양정에 대한 해군 전체의 대응 조치는 미흡하다”고 했다. 조치의 핵심인 K-9자주포 증강으론 북한의 포대 공격엔 대응해도 해상 공격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해상 공격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기부양정을 저지하기에 최적인 대형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유도로켓(LOGIR) 등 각종 장비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몇 년 뒤 전력화된다”며 “당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잠수함 작전 전문가인 한 예비역 제독은 “천안함 피격 이후 해군의 대잠 능력 강화는 너무 미흡하다”며 “시간·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해군이 노력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해상작전헬기와 관련해 미래희망연대송영선 의원은 “방사청은 헬기가 선정되면 그 헬기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별도 검증도 없이 대응 무기로 투입하겠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또 해군이 최전선에 배치해 북 함정 저지의 주력으로 운용하려 했던 신형 검독수리급 고속함(PKX)은 끊임없는 고장으로 취역이 지연되고 있다. 천안함과 같은 급의 초계함들도 당초에는 신형 레이더·소나로 개량하기로 했으나 현재 레이더는 개발 중이라 언제 장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천안함처럼 피격되지 않고 북한 잠수함·잠수정을 찾아내려면 개량 소나를 초계함에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함수를 쪼개 장착하는 대공사를 해야 해 이에 따른 비용·시간 문제로 포기했다. 송 의원은 “천안함 피격, 연평 포격을 겪고도 군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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