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클리블랜드,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팀의 개편이후 5년 동안이나 아메리칸 중부지구 수위를 지킨 인디언스의 2000시즌 전망은 한 마디로 탄탄대로였다.

수비만 잘하던 유격수 오마 비즈켈을 비롯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2000 시즌 한결 성숙된 기량을 뽐낼 것이 예상되었고,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선발 투수의 자리도 애너하임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양키스 킬러 좌완 척 핀리를 영입, 지구 우승 보다는 플레이 오프에서 만날 양키스와의 경기를 대비할 만큼의 여유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2000 시즌이 시작되고서 역시 인디언스는 인디언스 다웠다. 2000 시즌 출장이 불투명했던 톱타자 케니 로프턴이 다행히 2000 시즌 시작부터 팀에 합류 할 수 있었고, 시즌 초반 작년에 재미를 봤던 타자들이 풀스윙으로 일관하면서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여전히 6할에 가까운 승률을 올리면서, 돌풍의 시카고 화이트 삭스를 잠재우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팀의 주전들이 대거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장을 하고 있지 못했지만 선두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1.5~2.5 게임차를 유지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인디언스는 6월 12일 홈인 제이콥스 필드로 화이트 삭스를 불러들여 내심 3연전 싹쓸이를 기대하며 선두탈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인디언스의 삐걱거림은 가장 잘 싸웠어야 하는 화이트 삭스와의 3연전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니 라미레즈가 오금건 부상(Hamstring)으로 인해 타선의 짜임새가 전만 못하던 인디언스는 1, 2차전 결국은 라미레즈의 공백을 메꿔내지 못하며 에이스 바톨로 콜론의 투입에도 불구, 7-8, 3-4의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손에 잡힐 것만 같던 1.5게임차는 어느새 3.5게임차로 도망가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 3차전에서는 전의를 상실, 11점을 내주며 싹쓸이 당함으로써 선두탈환이 아닌 오히려 화이트 삭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꼴이 되고야 말았다.

그리고 3연패의 고리를 끊었어야 하는 같은 지구의 약체 디트로이트에게 마저 2연패하며 화이트 삭스와의 경기포함 총 5연패를 하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내리 이긴 화이트 삭스와의 경기수가 눈깜짝 하는 사이 6.5게임차로 벌어지고야 말았다.

디트로이트와의 2차전 이후 결국은 13게임에서 고작 6승을 올리며 선두 화이트 삭스와의 게임차가 무려 8.5게임차나 벌어지며 선두는 고사하고, 이제는 와일드 카드 경쟁마저도 힘들게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지구에 비해서 인디언스를 견제할 만한 다크호스도 부족했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고작 5할1푼9리의 승률을 마크하며 선두 화이트 삭스와의 게임차가 8.5게임차나 벌어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팀을 지구 5연패를 만들어준 하그로브 감독을 경질시킨 것이다. 하그로브 감독은 비록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타자들을 키워내는데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런 능력들은 비즈켈 같은 선수를 타격왕의 수준인 3할3푼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인디언스가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 가장 멋진 타격을 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었다.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인디언스가 5년 동안이나 지구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인디언스 구단은 팀의 타자들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 큰 경기에 약했던 하그로브 감독을 해임시켰지만, 새로이 팀의 지휘봉을 맡은 매뉴얼 감독은 작년과 같은 끈끈한 타격을 보여주지 겨우 5할 승률을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바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대거 전력이탈이다. 작년까지 콜론에 이어 2선발을 지켜오던 찰스 내기와, 올 시즌 재기의 모습을 보여주던 자렛 라이트가 큰 부상으로 각각 15일,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게다가 작년 165타점을 기록했던 새로운 타점머신 매니 라미레즈가 5월 30일 이후에는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인디언스의 부진을 재촉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5월 17일 팀을 떠난 찰스 내기가 아직까지도 팀의 합류가 불투명하고, 자렛 라이트는 큰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을 포기해야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매니 라미레즈가 돌아온다손 치더라도, 인디언스는 이제 작년과 같은 적시적소에 터지는 타격이 아니라, 간간히 터지는 홈런포에 의지하는 수 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함께 올해 거세이 일고 팀 전력의 세대교체 속에 퇴출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인디언스는 투수 유망주들이 10승 이상의 선수로 남은 기간동안에 발돋움하지 않는 이상은 옛날의 영화를 접어둔채 쓸쓸히 퇴장을 해야 하는 수밖에 없어, " 스포츠엔 영원한 강자도 없고, 기록도 없다." 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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