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0] 프랑스, 빗장수비 열고 유럽축구 평정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축구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가 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데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2 - 1로 꺾고 16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독일(72년 유럽선수권-74년 월드컵)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제패한 국가가 됐다.

유럽대륙과 전세계 축구팬을 흥분과 감동속에 몰아넣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탈리아는 예상을 깨고 붙박이 스트라이커 인자기와 델 피에로 대신 델 베키오를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다.

전반을 0 - 0으로 끝낸 이탈리아는 후반 8분 델 피에로를 투입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델 피에로는 그라운드에 들어선지 2분 뒤 델 베키오에게 절묘한 센터링을 연결, 델 베키오가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강력한 빗장수비를 앞세운 이탈리아에 선제골을 빼앗기고도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던 프랑스의 로저 레메르 감독은 후반 막판 실뱅 빌토?다비드 트레제게.로베르 피레스를 투입했다.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의 패스 연결이 자주 끊기자 발빠른 이들을 앞세워 드리블 돌파를 노리는 승부수였다.

그러나 후반 45분이 끝나고 로스타임에 들어가면서 승리의 여신은 이탈리아에 미소짓는 듯했다.

순간 로스타임도 얼마 남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탈리아 수비진을 헤집던 빌토르가 골에어리어 왼쪽을 질풍처럼 파고들며 왼발 강슛을 날렸다. 볼은 골키퍼 톨도의 손을 맞고 골네트를 갈랐다.

상승세를 탄 프랑스는 연장 전반 13분 피레스의 왼쪽 센터링을 받은 트레제게가 통렬한 왼발 터닝슛을 성공시켜 명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힘과 스피드만을 앞세운 잉글랜드.독일 등 전통 강호들이 몰락한 가운데 기술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스피드를 갖춘 프랑스 축구가 새 천년 세계축구를 지배할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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