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 FOOD] “난 한식에 미친 요리사 … 피자에 김치 얹어 먹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한식에 빠진 미국인 요리사, 앤절로 소사가 방한했다. 9일 시작된 ‘2011 코리아 푸드 엑스포’의 쿠킹쇼 진행을 위해서다. 그는 미국 브라보 TV의 요리대결 프로그램 ‘톱 셰프’의 2010년 우승자다. 또 지난 5월 미국 음식 전문 온라인 매체 이터닷컴이 주관한 ‘미국 최고의 버거 콘테스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이 서양인 요리사는 스스로를 “한국 음식에 미친 요리사”라고 소개한다. 버거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메뉴도 ‘비빔밥 버거’. 그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식당 ‘소셜 이츠(Social Eatz)’의 대표 메뉴도 대부분 한식을 응용한 음식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된장·간장 만드는 법 익히기”라고 답하는 이 남자. 도대체 한식의 어떤 점에 푹 빠진 걸까. 앤절로 소사로부터 못 말리는 ‘한식 사랑’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서정민 기자

-비빔밥 버거 아이디어는 언제 떠올린 것인가.

“올 3월에 식당 ‘소셜 이츠’를 열면서 새롭고 창의적인 메뉴가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한식과 서양 음식을 결합한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신선한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의 비빔밥과 미국인이 즐겨 먹는 햄버거를 결합한 비빔밥 버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국의 비빔밥과는 무엇이 다른가.

“비빔밥 버거는 곱게 간 쇠고기를 고추장·간장·참기름으로 양념해 패티(쟁반 모양으로 생긴 햄버거용 다진 고기)를 만들고 빵 사이에 패티, 달걀 프라이, 한국식 피클(식초로 절인 당근·숙주·호박·오이)을 끼워 넣어 만든다. 밥 대신 빵을 사용하고 고기를 패티 형태로 만든다는 것 외엔 요리방식이나 맛 모두 한국의 비빔밥과 똑같다. 말하자면 한국 전통 비빔밥의 맛을 미국의 햄버거에 담은 게 바로 비빔밥 버거다.”

-뉴욕의 미식가들이 비빔밥 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식 특유의 기름기 적고 깔끔하면서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달고, 시고, 짭짤한 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점도 비빔밥 버거의 매력이다. 첫선을 보인 3월에는 하루 200개 정도 팔렸는데 5월 ‘버거 콘테스트’에서 1등을 한 뒤로 하루 400~500개씩 팔릴 만큼 인기가 좋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앤절로 소사의 식당 ‘소셜 이츠’. 한식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음식을 응용한 20여 가지 메뉴가 있다.

-식당 소셜 이츠에는 ‘불고기 버거’ ‘불고기 미트볼’ 등 다른 한식 메뉴들도 많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한식 메뉴가 전체 메뉴의 3분의 1 정도였는데 그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한식 메뉴가 전체 매출의 40~45%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인은 대부분 매운 맛을 꺼리는데 한국의 매운 고추장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달고, 시고, 짭짤한 맛이 균형감을 이루도록 하는 게 내 요리의 특징이다. 고추장에 설탕 또는 야자 조청을 살짝 섞으면 매운 맛은 살리고 혀가 아린 느낌은 덜 수 있다.”

-한식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8년 전 장 조지의 식당에서 근무하면서다(※장 조지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유명 요리사다. 주 전공은 프랑스 요리지만 한국인 아내의 영향으로 한식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식 세계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후 매주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을 찾아갈 만큼 한식에 홀딱 반해버렸다. 난 한국 음식을 그저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다. 피자에 김치를 얹어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완전히 미쳐 있다.”

-한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깊이 있는 전통과 문화가 잘 배어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맛과 향, 색이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존중하고 사랑해온 한국인들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정통 한식’과 ‘퓨전 한식’ 중 서양인에게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역사와 전통·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을 다음 세대에 알리기 위해선 젊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과 문화로 전달해야 한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식의 고유한 맛과 전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음식을 먹는 외국인의 입맛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맛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이해심과 호기심도 생기는 법이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갈비, 배추와 두부를 넣은 된장국, 떡국을 매우 좋아한다. 모두 엄마 또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가정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올 5월 ‘2011 미국 최고의 버거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앤절로 소사의 ‘비빔밥 버거’.

-한식 이외 다른 아시아 음식도 좋아하나.

“중국·일본·베트남 등을 여행하며 직접 보고 익힌 아시아의 맛은 맵고, 달고, 시고, 짭짤하고, 고소하고…정말 다양했다. 진정으로 인생을 아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나.

“우리 집은 도미니카 출신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그리고 여섯 명의 형제자매로 늘 북적였다. 요리를 좋아하는 부모님은 일요일이면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게 했다. 주말마다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봐 온 나로서는 요리사가 되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의 시골을 방문해 직접 김치·고추장·된장·간장 담그는 법을 배우고 싶다.”

한식의 과거·현재·미래 체험…12일까지 ‘코리아 푸드 엑스포’

‘코리아 푸드 엑스포 2011’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2일까지 열린다. ‘식품산업,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힘’이란 부제가 달린 올해 행사는 식품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공간은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비즈니스 관’에선 아시아·유럽에서 온 33개국 118개 업체를 비롯해 국내외 700여 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바이어 상담을 한다.

 일반인 관람객이 흥미를 가질 만한 행사와 전시는 주로 ‘주제전시관’에서 열린다. 첫 번째 주제인 ‘K-Food 재발견’ 구역에선 한식의 철학과 가치·우수성을 강조했다.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김치·된장 등의 발효 음식,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체질 음식 등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음식에 대한 지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제인 ‘K-Food 미래로’ 구역은 기술·안전·문화적인 측면에서 한식이 발전해온 과정을 담았다. 예를 들어 현재 일부 대형마트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마트 스토어(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 QR 코드만을 이용해 상품 조회부터 필요한 분량의 구매·배송까지 가능한 구매 방식)’를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K-Food 세계로’ 구역에선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한식의 위상과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식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각각 좋아하는 한식 메뉴를 꼽아 보여주는 ‘9인9색 한식 이야기’와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별을 받은 뉴욕의 레스토랑 ‘단지’ 소개 등이 대표적인 전시 내용이다. 그 밖에도 전통술을 이용한 ‘술술술 칵테일 쇼’, 명품 농산물 경매쇼, 전국의 우수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반짝 세일’ 등의 행사가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3000원이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