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반장, 해결사 등 여러 별명을 얻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요즘 ‘족집게’란 수식어가 추가됐다. 그가 올 초부터 경고했던 ‘유럽발 제2 금융위기설’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9일엔 “세계경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중앙일보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주최한 금융포럼에서 한 강연에서다. 이날 금융포럼은 금융계·학계·관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과 금융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열렸다.
“거대 경제권 네 곳이 모두 어려울 수 있다. 지난번 금융위기는 짧은 시간에 큰 충격이 왔다면, 이번엔 큰 충격은 아니지만 오래갈 거다.” 김 위원장은 유럽·미국·중국·일본의 경제상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런 예측을 내놨다. 따라서 “폭풍우를 대비해 지붕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먹거리를 비축해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올 들어 저축은행 구조조정, 가계부채 대책, 외환시장 건전성 강화 등 여러 안전장치를 줄 이어 마련했다. 그는 “앞으로 할 건 실물경제”라고 강조했다. “유럽 위기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나빠질 거고, 국내 중소기업은 내년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진단이다. 그래서 또 칼을 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금융시스템 전체를 다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 보증기관과 금융회사의 지원방식, 코스닥 제도 모두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연말까지 중소기업 금융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건 창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다. 김 위원장은 “내가 창업에 집착하는 건 2040세대의 아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덧붙인 배경 설명은 다음과 같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로 25살 전후이던 대학생들은 갑자기 취업길이 막혔다. 그들이 지금 마흔이 됐다. 나는 당시 환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세대(2040세대)에 큰 빚을 진 것 같다.”
강연 뒤 지정토론자들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서 드러난 미비점에 대해 지적했다. 엄영호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현재 예금보호제도는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며 “예금자보호한도를 금융회사별로 차등을 둬 국민이 금융회사가 얼마나 부실화됐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역시 “적어도 업권별로는 (차등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다만 “당장은 차등화하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무영역에 제한을 가하지는 못할 망정, 지역 내 대출 제한을 완화하는 등 오히려 떡을 더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에 자금 운영 쪽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지나치게 풀어주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며 “수신과 관련해서는 업무를 전혀 늘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참석자 명단
▶권승화 언스트앤영 대표 ▶권영준 경희대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김대식 보험연구원 원장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 ▶김준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박준 서울대 교수 ▶박경서 고려대 교수 ▶박상용 연세대 교수 ▶박종규 국회 예산정책처 박사 ▶엄영호 연세대 교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인표 이화여대 교수 ▶이재우 BOA 상무 ▶이정세 미소금융재단 고문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임동춘 국회 예산정책처 박사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 ▶조홍래 한국투자금융 전무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함준호 연세대 교수 ▶홍정훈 국민대 교수 ▶김광기 중앙일보 머니&팀장 ▶남윤호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문영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병래 금융위 대변인 ▶장민 금융위 자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