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공장 24시간 풀가동 … 2교대서 3교대로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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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쏘나타와 아반떼에 도어(문짝)를 붙이고 있다. 2005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에서는 2600명이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를 생산하고 있다.

‘빨간색 K5(현지명 옵티마), 흰색 쏘렌토, 그리고 회색 싼타페’.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 의장라인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이 공장에서 양산 중인 세 가지(K5·쏘렌토·싼타페) 차종이 몽땅 올려진 채 조립되고 있었다. 한두 가지 종류의 차만 한 라인에서 조립하는 국내 공장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여러 종류의 차체가 뒤섞인 채 이동해도 이를 조립하는 근로자의 손길은 능수능란했다. 8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의 모습도 이와 같았다.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조립하면 그때그때 판매량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죠.”

 윤준모(56) 조지아 공장 부사장의 말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 공장의 경우 올 9월부터 2교대 근무 체제를 3교대로 바꿨다. 이를 위해 800명의 근로자를 더 뽑았다. 그래서 지금은 3000여 명의 현지인이 일하고 있다. 공장을 24시간 가동해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5월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조지아 공장의 경우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 대다. 내년에는 최대치에서 6만 대(20%) 더 늘린 36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근식(54) 상무는 “쏘렌토의 시장 반응이 좋고 최근 현지 양산에 들어간 옵티마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근로자들도 현대·기아차의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목마름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2009년 조지아 공장이 들어설 당시 650명을 뽑는 자리에 4만3000명이 지원했다.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는 플래카드가 마을 곳곳에 붙을 정도로 일자리에 대한 지역 주민의 기대는 컸다.

 특히 앨라배마·조지아주의 경우 한때 목화산업으로 번성했으나 신흥시장으로 해당 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간 뒤 심각한 실업난을 겪었다. 게다가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 중 GM(제너럴모터스)·크라이슬러가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사건은 미국 자동차업계와 근로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 임영득(57) 앨라배마 공장 부사장은 “GM·크라이슬러 사건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보다 일하는 게 낫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앨라배마 공장 차체 라인에서 조립을 담당하고 있는 재로드 잭슨은 “우리 동네에서는 현대차에서 일한다고 하면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선택받은 소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조지아 공장에서 일하는 캐리 브루어도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현대·기아차가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의 역할도 컸다. 현대·기아차도 국내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해 온 협력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김근식 상무는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협력사에 사전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웨스트포인트(미국)=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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