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탁구마녀’ 덩야핑, 중국 검색포털 CEO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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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잠시 회의장이 술렁였다. 아시아 언론의 협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연단에 선 기조연설자가 다름 아닌 왕년의 탁구여왕 덩야핑(鄧亞萍·38·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8일 중국 지난(濟南)에서 열린 ‘10+3 미디어 협력포럼’에서 인민일보 계열의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인 ‘지커닷컴(卽刻·jike.com)’ 대표 자격으로 중국의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및 온라인 미디어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덩은 중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인민일보의 부(副)비서장도 겸하고 있다.

 1990년대의 덩은 한국 탁구가 끝내 넘지 못한 벽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현정화가 준결승에서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덩은 올림픽 단·복식을 2연패하며 통산 4개의 금메달을 딴 뒤 24세의 한창 나이로 은퇴하고 칭화(淸華)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탁구 외길을 걷느라 기초 실력이 달렸지만 하루 14시간 공부에 매달리는 각고의 노력으로 무난히 졸업했다. 이듬해엔 영국 유학을 떠나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으로 돌아온 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촌 대변인을 맡아 화제가 됐고 이듬해 공산주의청년단 베이징 시위원회 부서기가 됐다.

 선수 시절의 당당한 모습 그대로 연단에 선 덩은 “중국은 모바일 기기 이용자가 4억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명실상부한 뉴미디어 대국이 됐다”며 “하지만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와 뉴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융합시켜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이 분야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견지해야 할 하나의 원칙은 고객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중심주의”라고 밝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10+3 미디어 협력포럼’은 인민일보 주최로 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의 대표 언론이 한자리에 모여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다.

지난(산둥성)=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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