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소비자 평가 브랜드 DNA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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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련
연세대 경영학 교수

근대 브랜드 관리는 너무 복잡하고 기업에서 감당하기 벅찬 업무가 됐다. 그만큼 브랜드 관리는 마케팅 관리에 버금가는 중요한 사안이 되었고 또한 포괄하는 내용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브랜드 관리의 영역과 주체가 기업주도권에서 소비자 주도형 매체로 옮겨가면서 마케팅 본질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다시 브랜드의 원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고 기업은 자사 브랜드가 얼만큼 그 기본에 충실한지 평가해야 한다. 즉 마케팅의 현안은 바로 3B(Back to Basics Branding)이다. 그러면 브랜드의 기본 원칙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우리가 브랜드의 개념에 대해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브랜드가 제품의 핵심 성격을 나타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브랜드는 DNA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DNA는 사람마다 다른데 기업이 브랜드를 개발할 때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의 제품에 비하여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지금 막걸리가 대세라고 하는데 300개 정도의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아류 생산의 홍수 속에서 개성 있는 브랜드의 개발이 가능할까? 아마도 300번째 출시되는 막걸리는 차별화된 브랜드 개념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으로 개성이 있는 브랜드를 내려고 했다면 다른 카테고리에서 승부를 걸었어야 한다.

브랜드 관리의 또 다른 기본 원칙은 기업이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기업은 브랜드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요즘 소셜미디어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보다 소비자 또는 제3자가 마케팅의 진원지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팔로어가 많은 수퍼블로거 혹은 연예인,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매체가 기업 브랜드에 대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헤아리는 것은 당연히 기업의 중요한 도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목소리보다 더 커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주된 이유는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계속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다만 이에 사용되는 매체가 과거에 비해 SNS를 비롯하여 더 다양해져야 한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메시지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기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통합성이 더 잘 지켜져야 된다.

브랜드의 마지막 대원칙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가치를 부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부착이 되면서 가격도 인상이 되는데 그 차이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브랜드의 몫이다. 브랜드 개념에서 그 가치의 명분이 확립되지 않으면 그 브랜드의 생명은 길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소비자들은 뻥튀기를 하는 브랜드와 가치 있는 브랜드에 대하여 더 냉철한 평가를 하게 된다.

브랜드스탁이 선정한 ‘대한민국 하이스트 브랜드’ 대열에 선정된 브랜드들은 이와 같은 3B 관리에 있어서 대체로 강한 면모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점점 경쟁이 심화되고 복잡해지는 경영 환경에선 브랜드 관리의 초심을 찾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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