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 바이러스, 암세포만 골라 파괴…말기 간암환자 8개월 이상 생명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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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가 임상(臨床: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효과·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 연구에서 약효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는 7일 “미국 제네렉스(Jennerex)와 공동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JX-594)를 말기 간암 환자들에게 주사한 결과 평균 생존기간이 13.8개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녹십자 이성열 개발본부장은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2상 전기(前期) 시험 내용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일 열린 미국 간학회(AASLD)에서 발표됐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고(高)용량을 주사 맞은 환자의 66%는 1년 후까지 생존했고 저(低)용량(고용량의 10분의 1) 투여 환자의 1년 생존율은 23%였다”며 “약의 부작용은 24시간 내에 사라지는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약은 두창(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이오 신약으로 분류된다. 정상세포엔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고 암세포에만 들어가 증식하도록 하여 암을 파괴시킨다. 암세포 내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불어나 더 이상 증식할 공간이 없어지면 암세포가 ‘뻥’ 터져 죽는다는 원리다.

 이번 임상은 2008년 4월부터 미국·캐나다와 국내 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부산대병원에서 간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약은 암 덩어리 크기가 1㎝ 이상인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암 조직에 직접 주사한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암 예방 관리) 교수는 “임상 참여 환자들의 상태라면 2개월 이내에 절반이 숨지고 평균 생존기간이 150일(5개월)가량인 게 일반적인데 이를 두 배 이상 늘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5년께 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임상(臨床)시험=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하는 절차. 시험을 통과해야 시판이 허용된다. 항암제 1상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을, 2상은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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