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액 초라한 한국 … 민관 손잡고 빈곤퇴치 SW 개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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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상

29일부터 부산에선 세계개발원조총회(HLF4)가 개최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와 시민사회 대표 등 2500여 명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한국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액은 초라하 다. 한국은 2010년 1조2000억원 정도를 집행했다. OECD 원조위원회에 가입한 23개국의 총규모가 약 150조원임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2015년까지 원조액을 약 3조5000억원으로 올리려 하고 있지만 양적인 확대로는 세계의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 원조정책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게이트재단의 주도로 설립된 세계백신면역연합(가비·GAVI)은 눈여겨볼 만하다. 가비는 백신 공급으로 지금까지 약 250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분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비의 협력 프로그램은 어느 한 기관 의 노력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비의 성공사례는 향후 개발협력의 방향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정부가 기업, NGO를 포함한 민간 영역과의 파트너십 제고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당면한 과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원조를 집행하는 한국의 경우 원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공공재단·기업·시민사회 등 민간 영역과 힘을 모으고 재원을 동원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손혁상 경희대 교수 국제개발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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