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위태로운 오바마 그래도‘믿는 구석’3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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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년 11월 6일(현지시간)은 미국 대선일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얼굴) 대통령에겐 꼭 1년이 남았다. 객관적 환경은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비관적이다. 내년 대선의 선택 기준으로 경제와 일자리를 꼽은 유권자가 56%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의 실업률은 9.1%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높다. 오바마가 취임한 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미국인도 13%에 불과하다. 경제만 놓고 봤을 때 낙제점 수준이다.

 하지만 오바마에게 비판적인 에드 렌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조차 “지금 내기를 하라면 오바마에게 걸겠다”고 말할 만큼 희망의 싹은 남아 있다. 미 언론과 대선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 근거는 대략 세 가지다.

 공화당 대항마가 너무 약체라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8명의 주자가 뛰고 있지만 ‘도토리 키 재기’ 식이다. 워싱턴 포스트(WP)와 ABC방송의 최근 공동 여론조사 결과 지금 당장 투표할 경우를 묻는 질문에서 오바마를 이긴 공화당 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가장 근접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48% 대 43%로 오바마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집 사장 출신으로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허먼 케인은 성희롱 논란 속에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와 오바마의 격차는 13%포인트나 된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지난 8월 이후 미셸 바크먼(여·하원의원)→페리→케인 등을 차례로 띄워 봤지만 잦은 말실수 등 검증 관문을 통과하는 주자가 없자 다시 롬니 지지로 되돌아가는 추세다. 정치학 박사인 구재회 존스홉킨스대 SAIS 한미연구소장은 “롬니의 경우 모르몬 교도라는 종교적 약점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발적 지지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대항마가 약하다는 점이 오바마에겐 행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으로부터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오바마의 강점이다.<그래픽 참조> 2008년 대선에서 이들은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졌다. 특히 2006년 전체 유권자의 5.8%에서 2010년 6.9%까지 늘어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경우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뉴멕시코·버지니아주 등 미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경합주(swing state)에서 오바마의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오바마에게 쏠렸던 책임론이 일자리 법안 등을 사사건건 거부한 공화당 중심의 미 의회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공화당 주자들에겐 적신호가 되고 있다. WP 여론조사에선 다음 선거 때 의회를 어느 당이 장악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44%가 민주당, 41%가 공화당을 꼽았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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