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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조청 대박 … 한 농장서 2억 매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경북 울진군 근남면의 왕피천 주변에 사는 이원복(55, 왕비천 하늘조청 대표)씨는 조청을 만들어 올해만 2억원 어치를 팔았다.

 수수와 도라지 등이 들어가는 재래식 조청이다. 이씨는 아는 사람과 나눠 먹으려 시작했는데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찾아와 상품화를 제안했다. 5년 전쯤이다.

 이씨는 상품화를 결심하고 이웃 15농가에 수수와 도라지 재배를 권했다. 그때까지는 멀리 단양에서 수수를 구입했다.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기계가 있는 작은 조청 공장이 마련됐다. 요즘 이씨는 이웃에서 수수만 5t∼6t을 사들인다.

 이씨는 왕피천의 청정 수수와 6년근 도라지로 조청을 만든다. 서울 현대백화점이 그 가치를 알아 보고 납품을 요청했다. 벌써 7개 점포에 들어간다. 백화점 측은 “꼭 재래식을 지켜 달라”고 당부한다. 이씨는 “명품 조청이 신조”라며 “6년근 도라지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는 올 들어 이씨를 울진군 ‘강소농(强小農)’으로 지정하고 홍보 등을 돕고 있다. 내년에는 백화점 측이 제안한 우수 고객 현장체험을 농가와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울진군은 영농 규모는 작지만 이씨처럼 차별화할 수 있는 농산품을 생산하는 80농가를 올해 강소농으로 선정했다. 경영 자문과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이들 농가의 매출을 1억원대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 김선원(43) 농촌지원과장은 “직원 한 사람이 강소농 5농가를 책임 지도하고 있다”며 “아직도 농가 대부분이 생산원가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예천군 개포면 정옥례(48)씨는 예천군 강소농 1호다. ‘쌀아지매’가 별칭이다. 정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이 마을 50농가의 쌀을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기능성 쌀 오색미도 있고, 참깨는 참기름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고정 고객만 전국에 6000여 명이다. 봄·가을에는 이들을 마을로 초청해 메뚜기 잡기 등 체험도 곁들인다. 쌀아지매는 지난해 6억원 어치를 팔아 순수입만 1억원을 넘겼다. 희망이 보이자 대학 조교로 있던 아들도 돌아와 잡곡 작목반을 이끌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원장 채장희)이 강소농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 농업기술원은 사업 첫해인 올해 시·군별로 100여 곳씩 총 2112농가를 지정했다. 내년부터는 매년 2000농가 이상을 선정해 2015년까지 1만 강소농을 육성하기로 했다.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경영 자문과 마케팅 등을 도와 해마다 농가 소득을 10% 이상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도 농업기술원 조태영 기술지원국장은 “강소농 사업을 통해 1차 산업에 그친 농업을 가공과 유통·체험관광 등을 접목시켜 1·2·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강소농=영농 규모가 작은 한국 농업의 한계를 가공·관광·체험 등 아이디어로 뛰어넘자는 사업이다. 작년 취임한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시작했다. 경영 혁신 의지가 있는 농민이면 누구나 농업기술센터 등에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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