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탁월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약진한 것은 높게 평가한다. 도요타는 엔화 가치 급등이라는 엔고(円高) 복병을 만났지만 상품성은 여전히 뛰어나 현대차와 좋은 경쟁이 될 것이다.”
일본 도요타에서 SUV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아라야 모토하루(51·사진)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 3일 7인승 럭셔리 밴 시에나 한국 발표회에 참가해 이같이 말한 뒤 “지금의 엔고 환경은 해외 판매가 전체의 70%가 넘는 도요타로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발 리콜 사태에 이어 일본 지진과 엔고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정규직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 안정에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에나는 100% 미국에서 생산한다. 도요타코리아가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생산 차를 수입한 첫 케이스다.
시에나에 대해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핸들링이 뛰어나 ‘운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차”라며 “넓은 실내와 천장이 높아 미국에서 유명 연예인 이외에 ‘회장님’ 같은 대기업 고위층이 전용차로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이 차의 2열 시트의 경우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처럼 발을 쭉 뻗을 수 있게 설계됐다. 아울러 기어 변속기도 운전석 옆이 아닌 센터페시아에 달아 운전석·조수석 사이를 통로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스위치만 누르면 3열 좌석이 전자동으로 접혀 자전거 서너 대를 넣을 만한 공간으로 변모하는 등 레저 차량으로 쓸모가 다양하다. 시에나는 미국에서 혼다 오디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와 함께 월 1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차량이다.
캠리 차체를 이용해 개발된 시에나는 미국 인디애나 도요타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부품 현지화 비율이 90% 이상으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 가운데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차량 10위 안에 들 정도다. 아라야는 “시에나는 미국 현지에서 부품을 대부분 조달해 엔고 영향은 전체 가격의 1.2%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엔고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공장의 경우 부품 현지 조달을 높이는 게 신차 개발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랴야는 오사카 대학에서 유체 역학을 전공하고 1983년 도요타에 입사했다. 94년 코롤라 개발을 담당했으며 현재 본사에서 SUV 상품기획(시에나, 픽업 툰드라, 대형 SUV 세콰이아)을 총괄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