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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근력운동 함께 해야 효과 … 호르몬치료 겁낼 필요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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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가 환자에게 폐경기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정상의 10분의 1 이하가 되면서 찾아오는 과정이 폐경이다. 폐경은 여성에게 정신·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 열성홍조·발한·수면장애·심계항진·두통·피로감·우울·기억력감퇴 등의 단어와 맞닥뜨린다. 폐경 후 30여 년 이상을 살아야 할 현대 여성은 인생 3모작을 준비하는 것처럼 폐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건강한 삶을 계획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폐경(閉經) 대신 개경(開經)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열성홍조·시력감퇴 폐경기 여성은 갑자기 가슴부터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한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뇌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열성홍조가 생긴다”고 말했다.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 술, 높은 실내 온도, 두꺼운 이불을 피하면 증상이 다소 개선된다. 시력이 점차 흐려지거나 안구가 쉽게 건조 해진다.

우울증·건망증·무기력증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진다.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어느새 초췌해지는 얼굴과 쑤시고 저린 뼈마디에 괜히 눈물도 난다.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한다. 벌써 치매가 생긴 건 아닌지 자책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수는 “사람의 인지·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많은데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여 감퇴하는 기억력을 보완해 보자. 조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활달한 성격이었던 여성이 우울해 하면 가족이 오해하기 쉽다. 미리 폐경기 증상에 대해 가족에게 이야기해 도움을 받도록 한다.

심혈관질환 갱년기 여성은 심혈관계 질환이 더 잘 생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 중 90%가 폐경기 여성이다. 심혈관질환은 혈관 내벽에 쌓인 혈소판 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생기는 질환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감소가 원인이다. 박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콜레스테롤 대사와 동맥의 탄력성을 유지하는데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혈중 콜레스테롤이 많아져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동맥경화가 생기고, 협심증·심근경색·뇌경색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정기검진과 해조류·채소·생선 위주의 건강한 식습관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대비할 수 있다. 의사와 상의해 아스피린 등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골다공증 폐경이 되면 뼈 생성에 비해 파괴가 빨라져 골다공증이 생긴다. 에스트로겐은 조골세포를 자극해 뼈의 생성을 돕고 골밀도를 높인다. 결핍이 되면 뼈로 가는 칼슘이 줄어들어 골다공증이 생긴다. 골다공증으로 하악골의 구조가 약해지면 치아가 빠지기도 한다.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득실을 따져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은 호르몬 치료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호르몬 투여 후 질출혈·유방암·유방통이 생기기도 하지만 미미한 정도”라며 “항암치료처럼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요실금 저절로 소변이 흘러 속옷을 적시기도 있다. 방광조절 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요실금 때문이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는 요도의 탄력성을 감소시켜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을 이완시키고, 방광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요실금이 더욱 심해진다. 이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평소 케겔운동으로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한다. 하루 세 번, 1회에 50~80회 반복한다.

질건조 폐경기 여성은 질벽이 얇아지고 길이가 짧아져 노인성 질염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질이 건조하고 성교를 할 때 질이 따끔거려 성생활을 꺼리기도 한다. 이럴 땐 윤활제나 에스트로겐 크림이 도움이 된다. 단,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에스트로겐 크림을 피한다. 남성에 비해 안드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부족해 근육량이 적은 폐경기 여성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강화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걷기·등산·수영·요가 등을 권할만하다.

장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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