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12 미국대학 입시 ③ 대학랭킹의 올바른 이해와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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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력 언론기관의 세계대학, 미국대학 랭킹이 속속 발표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주요 명문대학에서는 ‘수치화된 랭킹은 무의미하다’며 언론기관의 대학 줄세우기를 반대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언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대학이 랭킹의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면, 20명 이하 클래스 비율을 중시하는 US뉴스의 랭킹을 의식해 클래스 규모를 정확히 20명 이내로 제한하는 대학도 있다. 여러 정책을 통해 지원자를 늘리고 합격률을 낮추려는 노력 역시 합격률이 대학 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리드 대학(스티브잡스의 모교)과 같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학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종 랭킹의 발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미국대학 랭킹은 크게 재학생 만족도(27.5%), 졸업 후 진로(30%), 졸업 후 학자금대출 잔금(17.5%), 4년 내 졸업률(17.5%), 재학생 수상실적(7.5%)을 기준으로 한다. 포브스 랭킹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재학생 만족도, 4년 내 졸업률 등 리버럴아츠 대학에 유리한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리버럴아츠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진과 학생의 밀접한 관계인데, 이는 학부 중심의 소규모 대학이기에 가능하다. 교수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언제든 연구실로 찾아가 질문하는 문화가 당연하다보니 만족도가 연구중심의 대형 대학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4년 내 졸업률 역시 매우 높다(미국대학은 우리나라와 달리 휴학 없이 4년 내 졸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4년 내 졸업이 어려울 것 같으면 대학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전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인문학적 배경과 창의력, 논리력을 중시하는 커리큘럼 덕분에 대부분 졸업생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간다. 따라서 포브스 랭킹에서는 학부교육 중심의 리버럴아츠 대학이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한 대형 연구중심 대학을 제치고 매년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타임즈의 세계대학 랭킹은 포브스 랭킹과는 반대로 연구중심 대학에 유리한 기준을 채택한다. 교육환경(30%), 논문인용(30%), 연구성과(30%), 국제화지표(7.5%), 연구지원금(2.5%)이 주요 평가 기준인데, 대부분 대형 연구중심 대학에 유리하다. 특히 논문인용, 연구성과는 대학원 중심의 대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학부 교육에 집중하는 리버럴아츠 대학은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연구중심 대학에서는 조교가 저학년 강의를 맡는 등 교수진과 대학 모두 학부 교육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학부부터 다양한 연구 기회를 갖고 싶다면 타임즈 랭킹의 대학이, 교수진의 개인적인 관심 아래 탄탄한 기초를 쌓고 싶다면 포브스 랭킹의 대학이 잘 맞는다.

US뉴스 랭킹은 카운슬러의 설문, 클래스 규모, 교수진 연봉, 신입생 평균 SAT 점수, 합격률, 기부금 납부율 등 많은 항목을 바탕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크게는 학부 인지도(22.5%), 진학률(20%), 교수진(20%), 재학생 수준(15%), 재정상황(10%), 예상 졸업률(7.5%), 기부금 납부율(5%)으로 기준이 나뉜다. 포브스나 타임즈와는 다르게 특정 형태의 커리큘럼에 유리하지 않고 리버럴아츠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을 두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랭킹 자체보다는 대학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참고하기에 유용하다. 또한 포브스 랭킹처럼 수시로 평가기준이 바뀌지 않으므로 비교하기 쉽고 대학의 정책 흐름을 파악하기 좋다. 단, 뱁슨, 올린공과대, 쿠퍼유니온 대학과 같은 특성화 대학은 최상위권 대학 못지 않은 교육환경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평가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랭킹은 일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발표된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주관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예로, 타임즈의 교육환경과 US뉴스의 학부 인지도 항목은 객관적 지표가 아닌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랭킹 자체보다는 대학의 평가 과정과 고유한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학부 과정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요소에 따라 교육 수준이 많이 좌우된다. 따라서 랭킹을 참고자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권순후 리얼sat 어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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