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하, 수구꼴통 전형” 어느 교사의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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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특정인을 비방하고 편향된 이념을 강조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수업을 들은 학생이 문제 발언을 녹음해 인터넷에 폭로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편향된 발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청에 진상을 파악해 책임을 묻도록 요구했다. 교육청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6일 교총 김동석 대변인에 따르면 서울 소재 K고교 학생이 윤리 교사가 수업시간에 밝힌 정치 발언을 편집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녹음 파일은 삭제된 상태다. 교총이 파악한 녹음 내용을 보면 이 교사는 “부자들은 신분사회를 만들어 남을 종살이시키며 살아가기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타워팰리스 사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뽑는다”며 “돌대가리 서민들은 무식해서 아군 적군 구별 못하고 엉뚱한 데 표를 갖다 준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우리의 각하 수구꼴통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또 “우리나라 우파는 전부 파시스트”라며 “대법관으로 지명된 수구꼴통은 늙으면 빨리빨리 죽든가 조용히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녹음 파일을 올린 학생은 “전교조 소속이라고 밝힌 교사의 수업 내용을 녹음한 것”이라며 “사상을 주입시키는 전교조의 선동 수업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총은 “서울 남부지역 사립학교 윤리 교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교육청에 책임을 묻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수업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수업 중 편향된 정치 발언이 연이어 인터넷에 나오고 있으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상의해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이날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이 학교 교장은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며 “교사와 면담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기도 김포의 J공립고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발언이 인터넷에 공개돼 경기도교육청이 진상 조사를 했다. 올해 2년 차인 해당 교사는 1학년 국사 시간에 삼별초에 대해 가르치면서 “박근혜 아줌마 아빠가 누구야? 박정희 때 삼별초 이런 걸 강조했다고”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 개인의 목숨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Y사립중에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편파적인 내용을 담은 수행평가 자료가 배포돼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사들의 육성이 연일 공개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수업시간에 흔히 보는 장면”이라며 “선동 내용을 계속 올리겠다”는 댓글이 이어져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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