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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집까지 ‘꽃미남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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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역삼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수리공 옷을 입은 남자 직원이 음식을 내놓은 후 여성 손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 업소는 여성 손님을 사로잡기 위해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직원을 주로 채용한 결과 개업 9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김도훈 기자]

1m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오뚝한 코, 환한 미소…. 이런 꽃미남들이 모여 라면을 판다면?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의 ‘꽃미남 라면가게’ 이야기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최근 꽃미남·훈남 마케팅은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커피숍은 물론 떡볶이집, 시식 아르바이트까지 파고들었다.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이 같은 마케팅은 다른 가게와 차별화하며 여성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 손님. 하이파이브!”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훤칠한 한 남자 직원이 여성 손님들만 앉은 테이블에 피자와 샐러드를 내려놓더니 손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매니저 정영철(24)씨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맛있게 드시라는 의미로 손님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고 말했다. 종업원 5명은 모두 20대 남성. 둘러보니 17개의 테이블 중 두 테이블을 제외한 15개는 여자 손님으로만 채워져 있다. 이 가게는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당시 강남역 일대엔 수백 개의 음식점이 밀집해 있었고, 음식 이외의 승부수가 필요했다. 이탈리안 음식을 많이 찾는 여성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해 매장 컨셉트도, 종업원도 여성 취향에 맞췄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오현민(35) 사장은 “꽃미남 마케팅과 각종 이벤트를 펼친 결과 지난 2월 개점 당시 265만원이었던 월 매출이 현재 평균 1억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분식계의 꽃미남 마케팅은 2009년 11월 신사동에 처음 문을 연 한 떡볶이가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훈남들이 파는 떡볶이’로 알려지면서 2년 만에 직영점 30개, 프랜차이즈 28개로 덩치가 커졌다. 직영점 30개에 근무하는 직원 90명이 모두 20~30대 남자다. 지난 1일 오후 찾아간 삼청동점에는 여고생·주부·일본인 여성 관광객 등이 훈남들이 서빙하는 떡볶이와 어묵·튀김을 먹고 있었다. 김동환(28) 점장은 “남녀 손님 비율이 3대7로 여성이 압도적”이라고 했다. 입소문이 난 뒤로 주말엔 하루 300그릇, 평일에도 140~150그릇을 팔고 있다.

 한 제과업체는 지난해 4월 시식행사 때 모델 에이전시의 남성 회원들을 시식요원으로 고용했다. 마트에 여자가 많이 가고, 제품을 사는 고객도 주로 여자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홍보직원을 잘생긴 남자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30~40대 여성 시식요원이 하루 종일 서 있어도 품절되지 않던 시식 물량이 두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이 같은 마케팅에 대해 서울대 김병도(경영대) 교수는 “여성의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시장이 그들의 취향을 반영하게 된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라며 “여성도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글=송지혜·이가혁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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