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마라톤] 2시간40분49초 여자 우승 최경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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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라고요?”

 여자부 우승자 최경희(30·경기도청·사진)는 42.195㎞ 풀코스를 2시간40분49초에 달려 금메달을 따냈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도통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1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완주만 기도했었는데….”

 그럴 만했다. 최경희는 2009년 2월 왼 발목을 다쳤다. 이후 큰 대회만 나서면 맥을 못 췄다. 2010년 10월 춘천마라톤대회에 나가 27㎞ 지점에서 포기했다. 이듬해 4월 대구마라톤대회에서는 초반에 무리를 하는 바람에 기권했다. 그는 “기권이 버릇이 될까 봐 두려웠어요. 이번만큼은 끝까지 밸런스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내려서 체온이 떨어졌어요. 후반 들어 혼자 선두권을 지켜 조바심도 느꼈고요”라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선두에서 혼자 달리느라 더 힘이 들었고, 완주에 대한 확신 역시 흐려지곤 했다. 머릿속으로는 잘 달리다 기권했던 대회 경험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달릴수록 몸 상태가 좋아졌다. 최경희는 “뛸수록 굳었던 몸이 점점 풀렸어요. 35㎞ 지점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점이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라고 했다. ‘완주’라는 작은 산을 넘어섰다. 이제 목표는 런던이다. 최경희는 “2시간35분대 기록을 세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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