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vs 11.6%’ 미국 실업률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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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미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는 8만 개였다. 새로 노동시장에 들어온 사람은 10만 명이었다. 2만 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됐다는 얘기다. 실업률이 오르는 게 당연한데 통계는 정반대로 나왔다. 미미하지만, 실업률이 9.1%에서 9%로 떨어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은 실업률 통계 조사방법에 숨어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일자리 통계는 표본 기업 설문을 통해 조사한다. 기업이 새로 고용한 노동자가 몇 명인지 조사한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실업률은 표본 가계 조사로 작성한다. 그런데 가계 조사에선 농부나 자영업자 혹은 무보수 노동자까지 취업자로 잡힌다. 기업 설문에선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다.

  최근 미국 실업률 통계가 들쭉날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론 체감 실업률과 실제 통계 사이의 괴리를 벌리는 더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 고령화가 그것이다. 나이 든 실업자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조기에 구직을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16세 이상 일할 능력이 있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경제활동인구’ 범주에서 아예 빠져버리는 것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런데 고령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버리면 일자리가 늘지 않아도 실업률은 떨어진다. 통계상의 ‘착시효과’다. 미국의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한 데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2000년 67.3%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50대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가 구직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62.4%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15년 이 비율이 62.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낮은 건 이처럼 경제활동인구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면 지난달 실업률은 9%가 아니라 11.6%에 달했을 것으로 WSJ는 추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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