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막판 스퍼트 “2시간6분대 가능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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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쾀바이가 1위로 골인하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로테르담 마라톤 등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서 거푸 2위에 그쳤던 쾀바이는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지난해 챔피언 데이비드 키엥을 30여 초 차로 제치고 준우승 징크스를 깼다. 쾀바이는 레이스 내내 그를 괴롭힌 빗줄기를 뚫고 2시간8분50초라는 뛰어난 기록을 작성했다. [김도훈 기자]

2011 중앙서울마라톤 대회가 6일 잠실~성남 순환 코스에서 열렸다.

 케냐의 제임스 쾀바이(28)가 남자 42.195㎞ 풀코스에서 2시간8분50초를 기록해 우승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헌강(21·한국전력)이 풀코스 첫 도전에서 2시간17분21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들어왔다. 여자부에서는 최경희(30·경기도청)가 2시간40분49초로 우승했다.

 역대 남자 마라톤 세계 6위 기록(2시간4분27초)을 보유한 쾀바이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기록 순으로 주는 배번도 쾀바이는 1번, 지난 대회 우승자 데이비드 키엥(28·케냐)은 2번이었다. 쾀바이는 친한 사이인 키엥에게 “배번대로 순위가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가을비가 내린 궂은 날씨. 쾀바이는 2위 그룹에서 달리다 30㎞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32~34㎞ 지점에서 키엥과 예맨 트세게이(26·에티오피아)를 따돌렸다. 이후 독주를 펼친 쾀보이는 2위 키엥(2시간9분21초)을 30여 초 차로 따돌렸다. 비가 내려 저조한 기록이 예상됐으나 레이스 후반 놀랍게 스퍼트해 8분대 기록을 세웠다.

 쾀바이는 2007년 보스턴 마라톤 준우승, 2008년 베를린 마라톤 준우승, 2009년 로테르담 마라톤 준우승 등 ‘2위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러나 중앙마라톤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우승상금 5만 달러(약 5570만원)를 받았다.

 중앙마라톤 코스는 거의 매년 2시간8분대 기록이 나올 정도로 환상의 코스를 자랑하지만 불청객 가을비가 달갑지 않았다. 육상 관계자는 “비가 오면 평소보다 1~2분 손해를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가 젖어 미끄럽고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기온은 13~14도였다. 빗방울은 출발 때 잠시 가늘어졌을 뿐 레이스 내내 마라토너를 괴롭혔다.

 쾀바이는 레이스 초반 풀코스에 처음 나선 하피드 차니(모로코)가 치고 나가자 조금 당황했다. 차니는 10㎞ 지점에서는 쾀바이보다 9초 빨랐고 15㎞ 지점에서는 쾀바이를 비롯한 2위 그룹보다 12초나 빨랐다. 쾀바이는 “키엥과 ‘따라갈까, 참을까’ 상의했다. 30㎞까지는 따라가지 않고 평소 페이스대로 달리자고 했는데 전략대로 맞았다”고 설명했다.

 2위 그룹을 이끈 쾀바이는 20㎞를 지나면서 스피드를 올렸고 30㎞ 지점을 지나면서 지친 차니는 2위 그룹에 추월당했다. 30㎞부터 쾀바이, 키엥, 트세게이의 3파전 양상이 되는 듯했다. 32㎞에서 키엥이 약간 뒤로 처졌다. 쾀바이는 34㎞를 지나며 트세게이를 20m 따돌리고 앞으로 나갔다. 이후는 쾀바이의 독주. 승부처였던 30~35㎞ 구간을 14분대의 놀라운 스피드로 뛴 것이 승인이었다.

 괌바이는 “비가 오면 아무래도 뛰는 데 위축된다. 10㎞ 구간과 25㎞ 구간에 비가 많이 와 힘들었다. 그러나 케냐에서도 꾸준히 훈련했고 2007년 보스턴에서는 비를 맞으며 2등을 한 경험이 있다”며 “쉽지 않은 레이스를 우승해 기쁘다.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쾀바이는 중앙마라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처음 왔는데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계절이 아름다웠다. 중앙서울마라톤 코스도 매우 좋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2시간6분대도 가능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2006년 브레시아와 베이징에서 우승했다. 오랜만에 중앙마라톤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글=한용섭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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