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해독 의미·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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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려졌던 인체의 신비가 벗겨지면서 생명공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인간유전자 완전해독은 사람의 유전체에 어떤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지를 밝혀낸 혁명적 사건이다.

수십억의 인류가 저마다 다른 특징을 지니는 이유는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 등 네가지 염기서열로 구성된 DNA란 유전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유전자는 30억개 염기로 이뤄져 있으며 이번 연구 결과 이들 염기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밝혀진 것이다.

전세계가 인간지놈 발표에 열광하는 이유는 밝혀진 염기서열을 이용해 인체의 신비가 완전히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즉 유전정보를 통해 타고난 외모나 유전병은 물론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도 예측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종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알게 되면 문제의 유전자를 정상화하는 치료법이 도입된다.

유전자를 이용한 진단법은 1백%의 정확도를 가능케 할 것이다. 치료에 있어서도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신약이 개발되면서 부작용 없는 완치법이 현실화한다.

현재 전세계 제약회사들은 향후 20년간 이에 대한 연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하나 기대되는 분야는 노화의 신비가 풀림으로써 젊고 건강한 장수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즉 수십년 안에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에 제동을 거는 각종 불로초가 개발됨으로써 상상 속의 인간인 바이센테니얼맨의 등장이 일반화되리란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흥분을 하기에는 때가 이르다.

이번에 밝혀진 유전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겉모습을 알게 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유전정보의 기능과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다. 당장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암.심장병.치매.비만.천식.간질 등 각종 난치병 정복도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해야 가능하다.

지놈연구 결과가 가져오는 기성문화와의 충돌도 예상할 수 있다.

질병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취업이나 보험 가입.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또 문제의 유전자가 있는 태아를 유산시키는 비윤리적인 부모들도 등장하리란 예상도 할 수 있다.

인간 사회 구성원이 유전적으로 모두 우수한 것도 커다란 사회불안 요인이 된다.

또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령화 사회로 치닫는 장수시대를 어떻게 슬기롭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수많은 철학적.윤리적 문제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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