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터넷으로 줄줄이 엮인 세상, 다함께 쓰러지지 않으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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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잉연결 시대
윌리엄 데이비도우 지음
김동규 옮김, 수이북스
310쪽, 1만6500원

‘정보사회의 신경망’ 인터넷을 둘러싼 논의가 만만치 않다. 인터넷이야말로 미래의 인공지능을 탄생시킬 거대한 자궁이라는 철학적 낙관(케빈 켈리 『기술의 충격』)도 있지만, 신간 『과잉연결 시대』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인터넷은 재앙을 낳는 괴물로 자라날 것이며, 이미 위력적이라는 비관론이다.

 책에 따르면 인터넷은 절반의 축복이다. 사회 부문과 개인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필요 이상으로 극대화시켰고, 그 결과 예측 불가능한 사회를 낳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정치격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저자 표현대로 “이게 다 인터넷 때문”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당초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문제없는 금융상품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개발했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투자리스크가 낮아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기지에 마냥 쏠렸다. 이때 주택가 감정 시스템이 무너졌는데, 서브프라임 시장의 광란, 이를 부채질하는 인터넷이 화를 키운 건 물론이다. 인터넷이 없는 조건이라면 당시 위기는 약간의 불황·불경기를 낳은 선에서 그쳤으리라.

 사실 이슬람권 민주화혁명도 인터넷과, 트위터·페이스북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의 유럽 발 경제위기 역시 이 지역의 경제·사회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과잉연결 구조 자체가 문제다. 그렇다면 질문을 우리에게 돌려보자.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가 만일 지금 다시 발생한다면?”

 저자도 짐짓 그렇게 가정해보는데, 그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된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0여년 새 과잉연결 구조가 대폭 강화된 탓이다. 뭐가 문제일까? 핵심은 정보사회의 특징이 연결과잉(overconnected)이란 점이다. 예전의 고도연결(highconnected) 구조와 또 달라진 국면이다. 철로·전신망 등장 이후 인류는 상호연결(interconnected) 사회·고도연결 사회로 각각 진입했다가 인터넷 이후 다시 진화했다. 예전에는 기업·정부의 이니셔티브가 통했으나 지금은 택도 없다. 실은 그게 복잡계의 원리다. 거대 시스템일수록 외부요인에 취약하고, 중앙의 콘트롤이 먹히지 않는다.

 그 결과 일상적인 사고조차 피하지 못한다. 뭐가 정상적이지 않아서 사고가 터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오류가 생겨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구조다. 그래서 과잉연결 사회의 대형사고는 ‘정상적 사고(normal accident)’라는 역설을 보인다. 원전(原電)이 대표적 사례이다. 즉 안전장치를 만들면 만들수록 더 큰 사고가 터지니, 원전은 애초 만들지 말자는 논리가 나올 판이다.

 책을 뒤지다 보면 가슴이 철렁해진다. 한국이야말로 연결과잉 사회의 표본이자 최전선이 아니던가? 인구의 77.8%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다. 각종 사회현안마다 ‘트위터 괴담’ ‘네티즌 정서’가 난무하는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을 아예 없던 일로 해버릴까? 그건 불가능하다. 저자의 충고는 우선 ‘과잉연결에 따른 사고’에 대비해 기존 사회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고, 다소 여유를 둬 설계하라는 것이다. 기회에 사회·경제 기관 재편도 필요하다. 이런 충고를 하는 저자는 1935년생으로 뜻밖에도 실리콘벨리 1세대 출신.

 GE·인텔 등에서 근무하며 반도체·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주인공이다. 즉 그는 기술애호가에서 혐오가로 변신한 케이스다. 어쨌거나 그의 책은 재미는 덜하지만 두루 음미해볼만하다. 특히 한국사회가 그러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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