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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레비아탄부터 좀비까지 150여 괴수 등장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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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몬스터 멜랑콜리아
권혁웅 지음, 민음사
264쪽, 1만5000원

신화·전설·민담·성경·문학작품 등 동서고금의 온갖 이야기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사랑 혹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괴수들의 특성을 설명했다. 가령 중국의 고전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하는 반쪽짜리 몸을 가진 일비민(一臂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반쪽이 된 사람을 상징한다는 식이다. 등장하는 괴수의 수는 자그마치 150여 마리. 성경에 등장하는 상상동물 베헤모스(Behemoth)나 레비아탄(Leviathan)부터 장르영화 등에서 큰 사랑을 받는 비교적 최근의 괴물인 좀비까지 없는 게 없다.

 뼈대만 추리면 이렇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현란할 정도로 정교하고 풍부하다. 철학·미학·인류학 등에 걸친 상당한 분량의 지식이 녹아 있어서다. 책은 망각·짝사랑·유혹·질투 등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는 16개의 표제어를 선정한 후 각각의 표제어 안에 괴물들을 분류해 묶고 그 특성을 설명한다.

권혁웅

 열여섯 번째 ‘비밀’의 장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유니콘, 남미의 상상의 새 알리칸토(Alicanto), 레비아탄 같은 것들이다. 이 짐승들이 어떻게 연인 사이의 비밀과 관계있다는 것일까. 시인(詩人)인 저자 권씨의 발상은 이렇다. 연인 사이의 비밀에서 중요한 것은 비밀의 내용이 아니다. 귓속말이라는 형식이다. 당신이니까 비밀을 은밀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유니콘의 뿔이 바로 연인 사이의 비밀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몬스터의 흉측한 외모가 사랑의 표현이라니.

 “원래 신화에 관심이 많았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책 등 다양한 자료를 구해 읽다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정신분석 논리로 해석한 책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를 2005년에 냈다. 그 책을 내고도 할 얘기가 남았다. 이 책은 그 책의 후속작이다. 신화나 꿈에 나타나는 비약과 변형의 이면에 사랑이 작동하고 있다고 봤던 것처럼 괴물의 몸의 변형도 사랑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사랑에 대한 얘기를 괴물로 풀어낸 재치 있는 읽을거리 같다.

 “책의 첫 번째 목적은 독자들을 위로하자는 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장을 찾아 읽고 위안받았으면 한다.”

 -책이 쉽고 감동적이기보다 어렵다는 느낌이다. 이래서는 위안받기 힘들 것 같은데.

 “위안에는 감성적인 위안과 지적인 위안이 있다. 이 책은 지적인 위안 쪽이다. 스스로의 사랑을 떨어진 거리에서 개관(槪觀)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는 힘이 생긴다. 사랑에 대한 성찰을 담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고 나 스스로 위안받은 적이 있다.”

 -1996년 등단 이후 거의 매년 책을 냈다. 시집이 네 권에 두터운 시론서, 평론집 등 따라읽기 벅찰 정도다.

 “뭘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 아니다. 책 읽다 보면 생각이 고이고 그걸 써왔던 것 같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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