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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160억 횡령’ 사립대 이사장 복귀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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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감사원의 등록금 감사는 대학의 살림살이 실태 파악을 통해 등록금 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부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에 주로 의존해 재정을 운영했으며, 법인이 의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 등 법정부담금조차 학생 등록금으로 메우기도 했다. 이번 감사를 통해 잘못된 재정 운영 관행을 바꾸고, 법인은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한 해 평균 754만원인 현재 사립대 등록금 액수가 적정한 것인지, 아니면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인지 가려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감사원 측은 “각 대학의 적정 등록금 수준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학 교육 서비스에 소요되는 원가와 향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 재원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해야 하나 이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병석 감사원 사회문화감사국장은 7월 감사를 앞두고 “재정 운영에 관한 정확한 실태를 드러내 등록금 책정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허언(虛言)이 된 셈이다.

 감사원은 과도한 등록금 문제의 근원적 치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대신 대학 내·외부 감시 및 견제 장치가 가동돼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학·학생·동문회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과도한 인상을 견제하라는 주문이다. 또 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내지 못한 대학, 예산과 결산 차이가 크게 나 등록금을 과다하게 걷는 대학 등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대학 행정 지도·감독 책임을 진 교과부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 이런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극동대 L이사장 일가가 3개 학교 법인을 운영하면서 교비 160억원을 횡령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교과부는 뒷짐을 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L이사장이 과거에도 횡령 사고를 내 학교 운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까지 횡령액을 변제하지 않았는데도 교과부가 L이사장의 학교 복귀를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과부는 사학재단이 학교 부동산과 같은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할 때 이를 조건을 붙여 승인하는데 일단 승인한 이후엔 사후관리에 손을 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 교과부 A국장은 K대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원들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고, 직원들과 해외 골프여행을 가면서 비용을 직원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과 상습 도박판을 벌여 1년간 1500만원을 따기도 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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