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팻말 따라가니 공사판 요우커들 “황당 김포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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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사 중인 김포공항 진입로. 길 안내 표지판이 공사로 가려져 있는 상태다. [변선구 기자]

중국 베이징에 사는 청저우웨이(25·程洲偉·정주위)는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포공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려고 표지판을 따라 걸었는데 지하철 입구는 온데간데 없고 공사장이 나온 것이다. 청저우웨이는 공사장 부근에서 30분을 헤매다 다시 입국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흙먼지 투성이인 공사장엔 인부들밖에 없었다”며 “한자로라도 ‘공사 중’ 팻말을 적어 놓았으면 시간낭비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 이번에 처음 김포공항으로 온 것인데 첫날부터 길을 찾느라 피곤하다”고 했다.

 김포공항 근처 대형 쇼핑몰 공사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07년 11월 시작한 쇼핑몰 공사는 다음 달 8일 끝난다.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대형 건물은 올해 초 건물 외벽은 완공됐지만 쇼핑몰 주변 공원 조성 공사 및 도로 공사가 남아 공항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는 공항과 지하철, 쇼핑몰을 잇는 지하통로 6개와 고가도로 진입로 6개를 새로 만들고 있다. 중국관광객 청저우웨이가 잘못 찾아 들어갔던 곳은 공항과 쇼핑몰, 지하철을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공사장을 알리는 외국어 안내표지판이 없어 길을 헤매는 여행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중국 베이징 직항 노선이 개항해 요우커(遊客)가 월 4만 명 이상 늘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원 판빈통(38·范彬童·범빈동)은 “휴가를 내서 한국으로 혼자 여행을 왔는데 실망을 많이 했다”며 “다른 곳도 아니고 외국인이 많이 오고 가는 공항에 표지판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공항 내 아웃렛 매장 직원들도 공사 때문에 울상이다. 전체 손님의 20%인 요우커들로부터 “이래서야 매장을 이용하겠느냐”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매장 직원 최모(37)씨는 “요우커는 마네킹에 걸려 있는 대로 한번에 100만원 이상 사기도 하는 큰손”이라며 “공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항 근처 고가도로 진입로 공사에 대한 택시기사 등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진입로가 자주 바뀌어 위험 운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전기수(64)씨는 “원래 직진해서 갈 수 있는 길인데 지난주에는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이번 주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자인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12월 초 대형 쇼핑몰 등이 개장할 예정이라 주변 도로와 공원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글=이지상·하선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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