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닷컴기업 살생부' 파문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최근 작성한 미국 주요 닷컴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가 인터넷 업계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일종의 살생부에 비견되는 이 보고서는 골드만삭스의 분석가인 안토니 노토가 만든 것으로 32개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를 생존 가능성의 다과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놓은 것이다.

이 보고서는 닷컴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나 수익창출 여부 보다는 골드만삭스가 닷컴기업에 투자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분기별 현금소진률과 영업손실을 주요 분석기준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1그룹에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과 반스앤노블을 비롯,e토이스·1-800-플라우어닷컴·프라이스라인 등 8개사가 포함됐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제1그룹에 속한 회사 가운데 아마존을 제외한 7개사가 모두 주식 공개시 골드먼삭스가 주간사를 맡았던 단골고객이어서 자사 고객을 위한 보고서라는 의혹을 사고있다고 전했다.

미래의 생존 여부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제2그룹에는 최대의 인터넷 약국인 드럭스토어닷컴을 비롯,홈그로서 등 9개 기업이 포함됐다.온라인 식료잡화상인 홈그로서와 드럭스토어는 올 1분기에만 각각 2억5천7백만달러와 1억7천4백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영업망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보고서가 나와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골드먼삭스의 고객인 각종 상품정보사이트 프레네트알엑스는 최근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2그룹에 포함돼 고객을 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그룹에 속한 한 회사의 경영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어떻게 계속 적자를 내는 회사가 2그룹에 속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대형쇼핑몰인 바이닷컴과 네트워크 커머스 등 15개 회사는 미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제3그룹에 포함됐는데 모두 골드먼삭스의 고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이 가운데 11개 회사는 현금유동성을 고려할 때 연말에는 흑자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는 게 기업분석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노토는 “회사에서 세워놓은 닷컴기업 투자 및 분석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조사했으며,일부에서 제기하는 고객사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문사인 샌포드 번스타인의 분석가 스티븐 갤브레이스는 “(이번 보고서는) 공정한 분석이라기 보다 상거래상의 여러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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