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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수입상 “엔고 더는 못 버텨” … 미·유럽서 생산한 차 국내 들여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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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도요타는 1일 경기도 평택 국제자동차부두를 통해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생산한 미니밴 시에나를 들여왔다.

일본 수입차 브랜드가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엔고(円高) 파고를 넘으려 하고 있다.

 한국도요타는 1일 경기도 평택 국제자동차부두에서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생산한 미니밴 시에나의 입항식을 열었다. 도요타가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브랜드로는 닛산 알티마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일본 엔화 가치가 날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을 들여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캠리 신형처럼 미국에서 생산한 다른 모델을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미국산 도요타를 수입할 경우 물류비용은 늘어나지만 올라간 엔화 가치를 상쇄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들어온 시에나는 1997년 첫 모델이 나온 이후 이번이 3세대 모델이다.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 한국에 처음 선보인다. 2.7L와 3.5L 모델을 판매하는데 각각 최고 출력 189마력, 266마력을 낼 수 있다. 판매 가격은 8일 공식 출시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2만5060~3만9300달러(약 2800만~4400만원)에 팔고 있다.

 도요타의 미국산 차량 수입은 올 들어 국내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빠진 일본차 브랜드가 독일차에 대해 반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 3분기까지 누적(1~9월)으로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6.9%. 지난해 같은 기간(25.7%)보다 8.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독일차 브랜드의 상반기 점유율은 65.3%로 지난해 같은 기간(57.2%)보다 8.1%포인트 올랐다.

 도요타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수입차 브랜드도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생산한 중형 알티마를 판매 중인 한국닛산은 내년 미국에서 생산한 크로스오버차량(CUV)인 인피니티 JX를 들여올 방침이다. 닛산은 그동안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 차량을 전량 일본에서 생산해왔으나 JX의 경우 미국에서 만든다.

 혼다코리아는 미국 혹은 유럽 공장에서 만든 차량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FTA 효과를 누리기 위해 유럽산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현재 영국 남서부 스윈던의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등을 만들고 있다. 중형 어코드도 언제든지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9일 출시하는 시빅 신형 모델의 경우 일단 일본에서 들여오나 추후 미국산 시빅을 수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강병철 기자, 평택=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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