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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시간은 근무시간에 딴 생각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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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 신대방동 KTH 사옥에 설치된‘데이트 데이’ 현수막. 회사는 “일찍 퇴근해 가족·친구를 만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지난달 14일 오후 4시55분, 서울 신대방동의 KTH 사옥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자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딕 패밀리의 ‘또 만나요’부터 메리 홉킨스의 ‘굿바이’까지 백화점 폐점 시간의 단골 음악들이 메들리로 이어지자 직원들은 주섬주섬 짐을 싸 사무실을 나섰다. 평소 야근이 잦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연애사업’을 위해 회사가 매월 둘째주 금요일을 전 직원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데이트 데이’로 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양보다 질’을 표방한 업무 혁신에 나섰다. 외국 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이 국내 업체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칼퇴근’과 더불어 직장인 금기사항이었던 ‘딴 생각’도 권장사항이 됐다. KT 전 직원은 1주일에 1시간 ‘크리에이티브 타임’을 갖는다.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그동안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때 하는 일의 조건은 단 한 가지, ‘업무와 무관할 것’이다. 쉼 없이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SK플래닛은 ‘파격적인 보상’을 내건 사내 아이디어 오디션 ‘플래닛 엑스(X)’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직원들이 15개 팀을 결성해 진행되며 방식은 대중음악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유사하다.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 2주간 심사위원과 청중팀의 평가를 받아 공개 경쟁하며, 모든 과정은 사내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된다.

 개발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도 마련됐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최근 사내에 마사지실을 열고 남녀 시각장애인 전문 마사지사를 채용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기념일을 꼼꼼히 챙겨 개발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전 직원의 생일에는 이 회사 김장중(39) 사장이 직접 축하 카드를 써서 보내고 매년 창립기념일에는 근속자에게 황금 선물을 안긴다. 3년·5년 근속한 직원에게는 각각 3돈 금반지와 10돈 금목걸이를, 10년 근속자에게는 30돈 황금열쇠를 선물한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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