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2000원, 이발비 5000원 … “그래도 남아요 ^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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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손칼국수집에서 손님 두 명이 칼국수를 들고 자리로 가고 있다. 이 식당은 2009년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칼국수 한 그릇에 단돈 2000원을 받고 있다. 남편과 함께 단둘이 이 식당을 운영하는 정재향(오른쪽)씨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종업원을 쓰지 않는다. [김성룡 기자]

1일 낮 12시 서울 양천구 신정1동에 있는 목동손칼국수 식당은 8개의 식탁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입구에는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 이 집의 메뉴는 단 하나 ‘손칼국수’다. 가격은 단돈 2000원. 2009년 개업한 이후 2년째 이 가격이다. 식당 주인 정재향(58·여)씨는 “수입을 떠나 내 일터라고 생각하고 만든다”며 “맛있게 먹는 손님들이 내 기쁨”이라고 말했다.

 음식값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씨와 정씨 남편뿐이다. 다른 종업원은 없다. 밑반찬이나 물은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한다. 바쁜 시간에는 손님들이 직접 칼국수를 받아 가야 할 때도 있다. 직장인 김지훈씨(33)는 “맛도 좋은 데다 단돈 2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 있는 부남돌구이 식당의 차림표에는 냉면 4000원, 비빔밥 5000원, 김치찌개 5000원, 제육볶음 5000원이라는 가격이 적혀 있다. 10년째 이 가격이다. 식당 주인 이정숙(54·여)씨는 “다들 힘든데 밥이라도 편하게 먹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가 말하는 음식값 유지의 비결은 직접 발로 뛰는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마다 인근 경동시장에서 장을 본다. “도매상들이 경매를 끝내는 시간이라 좋은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서울 중랑구의 망우찜쌈밥 식당도 경기도 가평과 남양주에 있는 농가와 직거래를 하면서 채소 등 음식 재료를 20%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

 이들 식당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다. 행안부는 전국 지자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업소 8500곳을 심사해 이 중 2497곳을 선정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1653곳으로 가장 많고 미용실 등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 844곳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남성헤어컷트클럽’은 이발비를 5000원만 받는 대신 머리는 손님이 직접 감는 방식으로 요금을 낮췄다.

 모범업소로 지정되면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금리를 최고 0.25%포인트 감면받고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을 때 보증 수수료율을 0.2%포인트 할인받을 수 있다. 행안부 지역경제과 최병관 과장은 “앞으로 6개월마다 실태조사를 해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추가로 발굴하고 기존 업소들이 현 가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가 ‘지방 물가정보 공개 서비스 사이트(www.mulga.go.kr)’를 통해 공개한 10월 시·도별 주요 서민생활 물가에 따르면 냉면·비빔밥·짜장면 등 6가지 외식비가 전월에 비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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