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 연 1조6,000억원 추가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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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를 즐기는 성인들은 올 9월 이후엔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10월에 내는 종합토지세에 대해서도 "왜 세금이 더 늘었나"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담배소비세.교통세.등유특소세 등에 붙는 교육세를 영구세(당초 올해말 폐지)로 전환키로 한 데 이어 교육부는 한발 더 나아가 교육세의 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외 해금에 따른 공교육 부실화 현상을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재정경제부 등 예산 당국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앞으로 거쳐야할 절차는 많다. 학교를 살리자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적지만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걱정은 크다.

◇ 교육세 증세 이유〓교육세는 국세(금융.보험업자 수익금액.특별소비세.주세.교통세)와 지방세(경주마권세.균등할 주민세.재산세.종합토지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에 붙는 세금으로 '학교시설(환경)개선.교원처우 개선.교육 질 향상' 을 목적으로 하는 목적세다. 세금에 붙어 기생한다고 해서 '기생세' 라는 별명도 있다.

교육부는 학교 붕괴 현상.과외 해금에 따른 공교육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학교 신설(11조원).교사 확보 및 처우 개선(4조5천억원)등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2004년까지 3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이미 확보된 27조9천억원과 교육세 증세를 통한 6조4천억원(매년 1조6천억원)이다.

교육부는 교육세 증세 방안으로 국세.지방세에 붙는 교육세의 세율 조정을 들고 나왔다.

국세의 경우 ▶금융.보험업자 수익금액의 0.5%→1%▶주세의 10~30%→40%▶교통세의 15%→20%이며, 지방세는 ▶경주마권세의 50%→80%▶재산세의 20%→40%▶종합토지세의 20%→40%▶담배소비세의 40%→60%를 제시하고 있다.

◇ 국민 부담〓교육부의 요구대로 교육세 증세가 이뤄지면 해마다 1조6천억원의 국민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디스' 담배 1갑 가격은 1천1백원인데 여기엔 교육세로 1백84원(담배소비세 4백60원의 40%)이 붙는다. 60%가 되면 교육세는 2백76원으로 92원의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맥주 값도 마찬가지다. 공장 출고가 기준으로 9백98원30전인 5백㎖ 맥주도 교육세가 주세의 30%에서 40%로 늘어나면 41원83전의 인상효과가 나타난다. 휘발유 값이나 가전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도 우려된다.

◇ 문제는 없나〓교육세가 부과되는 11개 세목 중에서 담세자와 납세자가 일치하지 않는 간접세는 5개다. 세액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담배나 술은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피우고 마시는 양이 비슷하다. 따라서 빈부와 상관없이 똑같은 액수의 교육세를 꼬박꼬박 내는 셈이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저소득자에게 교육 기회를 주려는 정책 목표가 간접세 비중이 높은 교육세제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고 밝혔다.

또 교육세 증세에 대해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의 반대가 만만찮다.

특히 내국세의 11.8%를 배정해 왔던 교육재정 교부금이 내년부터 13%로 늘어나는데 교육세까지 증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 정기 국회에서 교육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1981년 제정된 교육세법에 따라 국민들은 지난해말까지 교육세로 36조원을 부담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이 나아진게 없다" 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특히 교육부는 국민들에게 왜 교육세 부담이 늘어나야 하는지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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