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극심한 통증부터 무감각까지…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적극적인 통증관리 필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당뇨환자들이 챙겨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발’이다. 건조한 날씨에 피부가 갈라지기 쉽고,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갈 땐 가벼운 동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 일반인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당뇨 환자에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발에 난 작은 상처도 당뇨발 등의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환자들이 족부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배경에는 대표적인 당뇨합병증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 있다. 과도한 혈당이 중추나 말초 신경을 파괴해 생기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당뇨환자 3명 중 1명에게서 발병할 정도로 흔하다. 발이나 다리에 찌릿찌릿한 감각이 오거나 이유 없이 가려울 때가 있는데, 이는 말초나 중추 신경이 손상되면서 나는 느낌이다. 초기에는 그 증세가 심하지 않아 환자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특히, 신경병증 통증을 처음 겪는 환자들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의아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기 단계가 지나고 통증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통증이 환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발과 다리에 칼로 베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통증이 찾아온다. 게다가 이불같이 부드러운 표면에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아픈 통증이 오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걸을 때 이유 없이 발이 아프고 발의 피부가 건조해져서 자주 갈라지는 증상까지 나타난다. 어떤 환자들은 통증부위를 누가 ‘쥐어짜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통증의 강도도 제각각 이어서 심한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증세가 심해지면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욕할 때 발이나 다리로 뜨거운 물과 찬물의 구분이 안되고, 걸을 때 발에 감각이 사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감각이 소실되면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고 방치하게 된다. 이것이 당뇨발로 이어진다. 당뇨환자는 혈관장애로 인해 충분한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면 쉽게 세균 감염이 일어난다. 이 때 침입한 세균은 급속히 퍼져 심하면 족부 절단에까지 이르게 된다..

당뇨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고약한 병이 아닐 수 없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많은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다가 통증이 심해지거나 심지어는 발의 괴사가 시작됐을 때에서야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만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 철저한 혈당관리 밖에 없지만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도 발병하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 특히 5~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으므로, 65세 이상의 고령 당뇨병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발이나 다리가 저린 것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거니 방치하면 안 된다.

한 번 손상된 신경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 확진되면, 통증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층인 30~40대에서도 당뇨병이 많이 발병하므로, 통증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거나 아예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사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의 치료를 위해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제 선택이 중요하다. 최근 해외 학회에서는 객관적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여기에서 유일한 최고등급을 받은 리리카를 비롯 다양한 치료제들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처방 받으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당뇨환자는 한 번에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진 시 의사에게 본인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을 빠짐없이 말하고, 임의로 통증이 심하다고 진통제 등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되도록이면 간 대사를 거치지 않는 약물을 사용 것도 좋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통증관리를 해나간다면 장기간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몸 상태를 항상 체크하며 앞서 말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즉각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이샘내과의원 이성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