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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열로 단지 내 도로 녹여 … 아파트 비탈길 빙판 걱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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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단지 내 도로는 지열로 데운 물이 땅속 관을 통해 흘러 눈이 와도 쌓이거나 얼지 않는다. 경사진 도로 912m 구간에 이런 시설을 설치했다. 사진은 눈이 내렸던 지난해 12월 20일 새벽의 단지 4블록 메인 도로 모습.

“땅속 열로 냉난방을 하고 물을 데워 눈을 녹인다니 신기하네요. 그래서 지난겨울에 눈이 와도 단지 내 도로에 눈이 쌓이지 않았군요. 최신의 첨단 아파트인데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 수준인 이유가 있었네요.”(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래미안이스트팰리스 입주민 심지혜씨)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래미안이스트팰리스 아파트. 광교산 자락에 들어선 2393가구의 대단지로 지난해 5월 입주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은 이 아파트에는 여느 아파트에는 없는 특별한 설비가 있다. 바로 지중열시스템이다.

 지하 10m 이하는 계절에 관계없이 영상 15도 정도로 일정하게 온도가 유지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온도다. 화석연료나 전기 없이 공기나 물을 일정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셈이다.

 지열시스템은 바로 이 땅속 열을 이용해 공기나 물을 순환시켜 식히거나 데우는 설비다. 삼성물산은 이 단지에 총 465RT(RT는 지열 냉난방 단위로 1RT로 33㎡를 냉난방할 수 있다) 규모의 지열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골프·헬스장 등 입주민 편의시설(연면적 총 1만3895㎡)의 냉난방을 지원하고 단지 내 도로가 얼지 않게 했다.

 삼성물산 기술연구센터 김중헌 수석은 “지중열은 겨울에는 지상의 차가운 공기를 데워 주고, 여름에는 식혀 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렇게 순환된 공기로 냉난방을 지원함으로써 입주민 편의시설 냉난방 비용의 5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냉난방 절감 비용이 연간 2000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게 삼성물산의 추정이다.

 단지 내 도로에도 지중열이 활용된다. 이 아파트는 구릉지에 들어서 단지 내 도로 일부는 경사가 심한 편이다. 겨울에 눈이 내려 얼어붙으면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다. 그래서 경사가 심한 3블록과 4블록 메인도로(2차로) 총 912m에 온수를 흘려보낼 수 있는 관을 매설했다. 지중열을 통해 영상 5도 정도로 데운 물을 이 관을 통해 흘려보내 눈이 오거나 추운 날에도 도로가 얼지 않게 한 것이다. 4블록에 사는 회사원 최모(43)씨는 “지난해 겨울 유독 새벽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단지 내 도로에 내린 눈이 금방 녹아 출퇴근 걱정이 없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전기를 통해 912m의 2차로 도로를 얼지 않게 하려면 전기료만 연간 210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이 단지는 땅속의 청정에너지 덕분에 냉난방 절감 비용 등 연간 총 4000여만원을 아끼고 있다. 김 수석은 “직접적인 관리비 절감 효과 외에도 연간 약 17t의 이산화탄소 줄이기 효과 등도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첨단 단지는 이곳뿐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2009년부터 시공하는 모든 단지에 태양광·풍력·지열 등 친환경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힐스테이트(397가구)의 경우 하루 297kWh(연간 총 10만6920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하루 약 8만5000원, 1년에 3000여만원(397가구 기준)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가구당 연간 7만7000원 정도의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 단지에는 하루 5.6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풍력발전기도 설치됐다.

 대림산업이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 지은 용산e편한세상 아파트의 부속동(관리실 등)은 국내 최초로 냉난방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태양광 등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쓰기 때문에 등유 등 기존 화석연료는 하나도 쓰지 않는다.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원종서 수석연구원은 “지열·태양광 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최신 단열재 등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에너지 자립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용인=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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