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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크슈룬트 아닌 플라토에 잠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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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산악계가 한꺼번에 세 명의 대원을 잃기는 1972년 마나슬루원정대, 96년 브로드피크원정대, 2007년 K2원정대 이후 네 번째다. 그러나 앞서 세 차례는 사고 지점이 8000m 근방이었고, 따라서 구조나 수색이 어려웠다. 이번처럼 빙벽 아래쪽 5700m 부근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대규모 구조 인원이 급파됐지만 유품 한 점 찾지 못한 경우도 드물다.

 지난 23일 사고 현장인 안나푸르나 남벽 일대를 둘러본 1차 구조대는 박영석 대장 일행이 5700m 부근 베르크슈룬트(갈라진 빙하의 속 동굴)에 빠졌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수색을 마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이한구 대원은 박 대장 일행이 모인 카트만두 호텔에서 “베르크슈룬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그 위) 설사면도 마찬가지였다”며 “수색을 모두 마친 결과 베르크슈룬트 아래 빙탑 지역이 가장 유력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27일 남벽 하단에서 발견된 등반 로프다. 이 대원은 “잘린 로프가 정돈돼 있었다”고 했다. “이 지점까지는 내려왔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다. 이어 “(베르크슈룬트 지역을 지나) 플라토에서 눈사태를 만나 파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플라토는 18일 박 대장이 마지막 교신에서 “통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곳이다.

플라토는 버섯의 지붕처럼 히말라야 고원에 형성된 평평한 설면이다. 아래는 버섯송이가 땅에 뿌리를 박은 것처럼 빙탑이 군락을 이룬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도 “베르크슈룬트와 설사면이 아니라 플라토 지역이 유력한 실종 지역”이라고 했다. 또 “내년에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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