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조각가, 전국광 예술혼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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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조각 주지주의적 경향의 창시자. 198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수상했으며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영남대 교수직을 3년만에 사임한 자유인. 잘 먹고 글 잘 쓰고, 노래 잘하며,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던 다재다능했던 예술가.

전국광(1945~90). 그는 1990년 여름 가족과 함께 양평에 뱃놀이를 갔다가 술에 취한 채 물에 뛰어들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도 일찍 죽어질까. 열심히 살다 일찍 죽는다. 대강 산다… 죽는다"는 생전의 메모처럼 치열하고 짧은 삶이었다.

후학들 사이에 추억의 전설이 된 그의 10주기 추모전 〈돌에 핀 석화〉가 7월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대표작인 '적(積:쌓다)' '매스(mass:덩어리, 부피)의 내면' 시리즈로 청동·돌조각 90여점과 드로잉 30여점을 전시 중이다.

'적' 시리즈가 겹겹의 지층이 한꺼번에 짓눌러 이뤄내는 완만한 곡면의 율동을 이뤘다면 '매스의 내면' 시리즈는 규칙적인 격자구조를 다양하게변형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80년대 추구해 온 매스 계열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생전의 노트에서 "출렁거리는 수면, 완만한 곡면을 이루며 한없이 펼쳐진 광야, 노년의 야산이 지니고 있는 풍량한 매스와 선, 하늘을 가르듯 지나는 천둥, 피부에 와닿는 기류의 운동과 같은 체험들을 녹여 매스에다 주입시켜보는게 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자연을 원자요소로 분해한 뒤 예술적 해석을 넣어 재결합하는 이른바 '분석적 환원'의 방식을 시도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홍익대)교수는 "전국광은 일관해서 매스를 중심으로한 자연의 내재율을 실험하고자 했다"면서 "그는 작품에 공간뿐 아니라 시간개념까지도 포함시켰으며 지각·행위·사고를 종합한 웅대한 세계를 그려보고자 했다"고 평하고 있다.

미망인 양화선(조각가)씨가 전시회 기획에 맞춰 그를 기리는 책 〈씩 웃고 술한잔-전국광의 조각과 생애〉(가나아트 간행)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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