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 설계·구매·시공 일괄수주 … 신재생 에너지기술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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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 안승규 사장(가운데)이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원전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한전기술은 최근 현지에 사무소를 열었다. [한국전력기술 제공]

한국전력기술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현장사무소, 인도네시아 연락사무소를 차례로 열었다. 이는 한전기술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해외 수출 1호’인 UAE 원전 건설에서 한전기술은 원전 종합설계와 원자로 계통설계를 맡고 있다. 올해는 터키 석탄화력발전소 설계·구매사업을 수주했고 연내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여기에 해외 민자발전(IPP)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75년 창립 이후 국내 발전소 설계 부문을 이끌어 온 한전기술은 이처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국내’와 ‘설계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만 미래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09년 안승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를 위한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바로 설계·구매·시공을 한꺼번에 맡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사업형태로의 전환이다.“향후 10년간 매출을 10배로 늘려 세계 5위권의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도전적 목표(2020 뉴 비전)도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전기술의 해외진출 전략은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단계적 방식이다. 우선 한국전력공사 등과 함께 해외로 나가 경쟁력을 키운 뒤 중소형 사업 독자 진출, 대형 EPC사업 참여 등으로 확대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뉴 비전 발표 뒤 마케팅처와 EPC 견적팀, 외주구매실, 해외사업개발실 등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조직과 시스템을 EPC에 맞는 구조로 개편했다. 또 지난해에는 회사의 영문 사명을 1982년부터 사용해오던‘KOPEC(Korea Power Engineering Company)에서 ‘KEPCO E&C(KEPCO Engineering & Construction Company)’로 바꿨다. EPC 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한전 등 전력그룹사와의 브랜드 통합으로 통해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원자력과 화력에서 쌓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력과 풍력, 조류, 폐기물 발전 등 각종 신재생 에너지로도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제주, 평창, 밀양, 정선 등의 풍력발전 공사에선 설계와 타당성 조사, 감리 등을 모두 맡았다. 또 제주도와 손잡고 2013년까지 총 102MW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이 발전단지를 통해 해외 해상 풍력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경영 효율화의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2008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조직개편을 통한 군살 빼기에 나섰다. 비핵심 사업은 줄이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인사·급여제도도 손을 봤다. 2009년 12월에는 지분 20%를 상장했다.

 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회사의 매출은 2008년 3473억원에서 2009년 4423억원, 2010년 580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01억원, 967억원, 170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4605억원, 영업이익 118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2%, 6.4%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창립 36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슬로건‘새로운 힘, 새로운 기술(new power, new standard)’에도 그런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안 사장은 새 슬로건을 발표하며 직원들에“해외 시장에서도 우리의 기술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세계 전력시장 전체에 힘이 되는 기업이 되자”고 주문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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