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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난 악화 등 경제사정 날로 심각

중앙일보

입력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나라 전체가 들떠있는 가운데 경제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중견.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가 하면 주가는 정상회담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추세이고 국제유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투신사 비과세상품 판매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들이 긴급히 도입돼야 하는 데도 국회일정 문제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권은 대우 담보 CP(기업어음)를 80%선에서 매입한다는 정부의 보상계획과 예금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하는 방안, 금융지주회사 법안 등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 재계 등에 따르면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일부 정부투자기관과 4대 대기업집단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CP시장도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의 위기설이 끊임없이 시장에 나돌고 있으며 그 여파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12일에 845.8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13일 804.5, 14일 819.3, 15일 770.9, 16일 750.0 등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만기 10년짜리 외평채 가산금리의 경우 지난 12일에는 미국 재무부채권(TB) 기준으로 2.18%였으나 14일 2.23%, 15일 2.28%, 16일 2.27%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연말의 1.6%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회담 자체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달 들어 16일까지 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배럴당 27.19달러로 전달의 25.80달러보다 1.39달러 높아 경상수지 흑자감소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히 다음달 1일부터 투신사에 비과세상품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국회가 관련 세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비과세상품 허용은 투신사들이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제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비상조치"라면서 "그러나 빨라도 다음달 중순이후에나 상품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소급적용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함께 다음달중부터 예금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금융기관들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금융권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안에 대해서도 세제를 비롯한 지원책이 미진하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퇴진' 선언과 이에 대한 국내외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등 국가신용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재벌개혁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나라 전체가 흥분에 빠져 있으나 경제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남한 내부의 경제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북한을 지원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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