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가 10년 이상 생존 … 말기암, 사형선고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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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월용(73)씨는 2000년 3월 위암 3기 선고를 받았다. 종양이 까다로운 부위에 있어 수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암이라니, 처음에는 절망했다. 그러나 2남3녀의 자녀를 생각하니 포기할 수도 없었다. 정씨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주치의 정현철(연세암센터 원장) 교수를 믿고 치료에 나섰다. 6개월의 약물 치료와 두 달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식단도 고단백 섬유질 위주로 바꿨다. 쇠고기 안심은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먹었다. 놀랍게도 암 덩어리는 8개월 만에 사라졌다. 그러나 그후에도 10년 동안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정씨는 매주 북한산 백운대(높이 836m)에 오르며 건강을 관리한다.

 암환자 2명 가운데 1명은 10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암에 걸려도 6명 중 1명은 10년 이상 살아남았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빚어낸 성과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가 2000년 이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4659명의 10년 생존율을 추적 조사한 결과 51.1%가 살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생존율 조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조사 결과 말기(4기)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1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상태로 분류되는 3기 암 환자들도 절반 가까이(45.4%)가 암을 이겨냈다. 종양이 막 생기기 시작한 0기 암 환자는 대부분(96.4%) 완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대장암은 3기 환자라도 각각 65.9%와 56.8%가 완치됐다. 4기 환자의 생존율도 위암은 25.7%, 대장암은 16.9%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간암·폐암 생존율은 낮았다. 간암은 1~2기 상태에서 진단을 받아도 각각 35.1%와 31.1%만이 살았다. 폐암 1기 환자는 68.1%가, 2기는 26.9%가 10년 이상 살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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