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대던 미 닷컴기업 비용절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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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달러 짜리 초호화 파티를 열고 최고급 승용차로 모시기에 나서는 등 흥청댔던 미국 닷컴기업들 사이에서 조용한 비용절감운동이 일고 있다.

소위 `신경제' 태동 이후 하이테크 중심지에서는 많이 지출하는 것이 주목을 받고 성공으로 가는 첩경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개월간 인터넷 기업들의 거품 제거, 재편, 투자감소와 까다로운 감독 요구 등으로 닷컴기업들이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이익극대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5일 전했다.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온라인쇼핑업체인 리스폰드닷컴(Respond.com)은 몇개월전20만달러 규모의 파티를 벌였으나 윌 클레멘스 최고경영자는 "현재 파티비용은 예산으로 책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방송인 픽셀론닷컴(Pixelon.com)은 작년 가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탈리콜과 토니 베넷 등을 초청, 닷컴기업으로서는 가장 호화로운 1천만달러짜리 파티를벌여 이사회가 최고위 간부들을 문책했다.

이 회사 설립자인 마이클 펜은 파티비를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2천300만달러 가운데서 충당, 횡령혐의로 기소됐다.

세계적인 인터넷 전송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의 존 모그리지 이사장은 회사의 주식시가총액 4천500억달러나 되고 개인지분이 56억달러로 최대주주임에도 직원에 대한 무료 음료제공을 계속 금지시키고 있다.

시스코 회장을 역임한 그는 "청량음료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직원 1명당 연간 400달러로 전체 직원 3만5천명을 곱하면 엄청난 숫자"라며 "돈도 돈이지만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인가를 직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업체인 비욘드닷컴(Beyond.com)은 매출이 97년 1천700만달러에서 작년 1억1천700만달러로 급증했으나 순손실은 550만달러에서 1억2천500만달러증가하고 주식이 곤두박질치자 모든 TV광고를 중단하고 150명을 감원, 직원수를 230명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또 간부회의때 무료 점심제공을 없애고 매주 맥주.피자 파티를 월단위로 열며 국내 출장시 직원들의 보통열차 이용을 의무화하는 '근검절약운동'을 시작했다.

반면 온라인 자동차판매사인 카오더닷컴(CarOrder.com)은 최근 일주일간 뉴욕에서 약 10만명의 통근자들에게 다리통행료와 지하철요금을 내주는 등 총 100만달러의 홍보활동을 펼쳤는데 브라이언 스태포드 사장은 "이는 이윤을 더 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마케팅업체인 라이프마인더스닷컴(Lifeminders.com) 설립자인 스티브채핀은 "우리 회사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과 같은 회사에 뒤져 있다"며 지난1월 슈퍼볼 기간중 30초짜리 광고를 위해 200만달러를 퍼붓었다.

카오더와 라이프마인더스측은 광고비 규모가 크긴 하지만 회사이익을 올리기위한 것인지 무절제한 파티나 직원들에 대한 과다 특혜제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이 규모가 작고 오래된 닷컴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신경제 시대에도 낭비요소제거 및 효율적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채핀은 "지난해 모두가 호황을 누렸으나 새 시장과 새 사람들은 어떤 회사가 이길 것인가를 면밀히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며 "올해는 재정지불능력이 기업의 사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닷컴기업내 일각에서는 직원들이 창업 초기때 밤새 일하고 한 직원이 연간 수십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다는 주장도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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