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공배합과 제구력의 완투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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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선두 애리조나를 상대한 박찬호의 오늘 투구는 훌륭했다. 8개의 공으로 가장 어려운 1회초를 3타자로 처리한 것은 박찬호에게 3가지 안정감을 선사했다.

우선 고질병인 1회 약점을 넘기며 심적 안정을 얻었고, 초반 투구수를 아끼며 경제투구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가장 어려운 1-2-3번을 처리하며 오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박찬호의 투구를 살펴보면 구위나 제구력이 모두 안정감 속에서 형성되었다.

1회말 셰필드의 2점포로 격려를 받은 박은 2회 투구에서 왼손타자의 바깥쪽 공략에 성공하면서 4번 스티브 핀리를 처리했고, 트레비스리에겐 바깥쪽 체인지업을 뿌리다 2루타를 허용했지만 워드와 밀러를 몸쪽에 공을 붙여 삼진과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특히 빠른 키킹모션으로 밀러를 땅볼 유도한 것은 찬호와 크루터 베터리에게 자신감을 주며 4회 병살유도의 도화선이 되었다.

박찬호의 오늘 경기운영은 무난했다. 3회 2사 1루에서 제이벨을 맞아 1루주자 워멕에게 견제구 3개를 몰아 던졌다. 2개의 견제구 이후 다소 방심한 워멕이 3번째 견제구에 입이 벌어졌고 박은 타자와 주자와의 신경전을 유리하게 가져간 후 몸쪽에 떠오르는 직구로 범타 처리하는 노련미를 보여주었다.

5회 데미안밀러에게 허용한 1점 홈런은 한가운데 커브로 실투였고, 구속도 80마일에 불과했다.

6회와 7회의 박의 투구는 오늘의 포인트. 워멕-벨-곤잘레스의 어려운 고비를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바깥쪽 공으로 범타와 헛스윙을 쉽게 유도했다. 7회에는 3타자에 모두 초구를 낮은 볼로 뿌려 타자의 눈높이를 낮춘 후 떠오르는 공으로 타자를 유린, 역시 삼진과 범타로 처리하는 놀라운 경기운영을 보여주었다. 포수가 원하는 쪽의 공을 자유자제로 뿌리는 제구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치려는 마음이 강한 애리조나 타선은 박의 투구수를 줄이는데 큰 공헌을 했고, 박은 삼진보다 맞춰 잡는 작전으로 볼넷을 1개만 허용하며 체력을 세이브, 6-7회에도 꾸준히 94마일의 직구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다.

이 원동력은 결국 완투의 기쁨으로 이어졌고, 박의 오늘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닌 한 단계 성숙한 새로운 박찬호를 향한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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