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연승 비결

중앙일보

입력

14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8승과 최근 4연승을 거둔 박찬호의 경기 운영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좌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좌타자 컴플렉스는 박찬호의 고질병으로 오랫동안 지적돼왔던 부분.

박의 약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애리조나 벅 쇼월터 감독은 이날 4번타자 매트 윌리엄스까지 빼는 초강수를 두면서 좌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투수를 제외한 8명의 선발타자 중 6명이 좌타자.

애리조나는 지난 달 9일 박찬호와의 첫 대결에서도 7명의 좌타자를 기용해 공략에 성공한 바 있다.

사실 박찬호의 피안타율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좌타자한테만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 고비마다 좌타자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허용해 게임을 망쳐버린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해가고 있는 듯 하다.

이는 기록상으로도 분명히 나타난다. 지난해 박의 좌타자 피안타율이 무려 .358에 달했던 반면, 올 시즌에는 지난 9일 휴스턴전까지 .248을 기록했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고질병이었던 사구도 줄어가고 있다. 예리한 선구안을 가진 타자들이 곳곳에 포진한 애리조나를 상대로 완투하는 동안 박은 사구를 단 한 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구위를 가진 박찬호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장수하기 위해선 결국 자신감이 관건이다. 박의 약점으로 계속해서 지적돼 온 좌타자 컴플렉스는 두둑한 배짱으로 자신을 다스려야만이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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