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호회 好好 - 우쿨렐레동호회 ‘KU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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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분위기의 ‘KUA’ 회원들. 일산동구·일산서구·파주지역으로 나눠 수시로 소모임을 가질 만큼 열정적이다.

“다른 악기는 연주 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지만, 우쿨렐레의 울림은 가슴에서 먼저 느낄 수 있어요.” 대학시절 플루트를 전공했다는 김희정(36·일산서구 대화동)씨가 꼽는 우쿨렐레만의 매력이다. 우쿨렐레는 ‘안고’ 치는 악기다. 현 길이까지 합해도 60cm 안팎에 불과해 신생아를 품에 안은 듯한 느낌을 준다. 끌어 안아 연주하니 소리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고. ‘통통통’ 맑은 우쿨렐레 소리가 끊이지 않는 파주의 헤이리. 그 소리를 따라가 본 끝에는 우쿨렐레 동호회 ‘KUA’가 있었다.

‘경쾌함’과 ‘차분함’ 사이에 우쿨렐레가 있다

 KUA는 작년 12월에 창단한 일산·파주지역 우쿨렐레 앙상블이다. ‘한국우쿨렐레교육원(Korea Ukulele Academy)’에서 강습 받던 개개인이 모여 팀을 꾸렸기에 이 곳 영문 글자를 따 앙상블 이름을 지었다. 정기모임은 일주일에 두 번, 금요일과 토요일에 있다.

 박주희(33·파주시 금촌동)씨는 “우쿨렐레는 뒤늦게 시작한 사람도 금새 똑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며 “구성원간 실력차가 심하지 않아 소속감과 친밀감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KUA에게는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겼다. 실력을 닦아서 발표회를 하거나 연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실력이 우수한 팀원들은 벌써 헤이리 예맥아트홀 연주회, 부천 외국인을 위한 인권음악회, 현대백화점(킨텍스점) 음악회 공연을 마쳤다.

 우쿨렐레는 네 줄로 된 기타모양의 작은 악기다. 여섯 줄인 기타에 비해 줄이 두 줄 적고 줄의 재료 역시 나일론이라 기타에 비해 무르다. 『알로하우쿨렐레』의 저자 김배훈씨는 “기타를 연습하다가 손가락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경험했거나 손 끝에 굳은 살이 배겨 고생했던 분들에게 권한다”라고 말한다.

 전혜정(43·일산서구 일산동)씨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정숙(45·광진구 군자동)씨는 “우쿨렐레를 하면 유쾌하고 들뜬다” 고 말한다. KUA의 막내 서현희(22·일산동구 풍동)씨가 “이렇게 알다가도 모를 이중적 매력 때문에 우쿨렐레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고 전하며 웃는다.
 
우쿨렐레로 시작된 인생 제 2막

 김희정씨는 우쿨렐레의 최대 수혜자로 아이들을 꼽았다. 우울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소리를 치고 싶다가도 우쿨렐레를 잡으면 바로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화내는 엄마를 보며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이젠 엄마와 함께 합주를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설악산 대피소에서 즉석 연주회도 열어봤다는 지정미(41·일산동구 풍동)씨는 우쿨렐레의 최대 장점으로‘휴대성’을 꼽았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 국내든 세계여행이든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쿨렐레와 모자만 있다면 여행경비도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10년째 가정주부로 살아온 최은아(38·일산동구 식사동)씨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내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는 것의 뿌듯함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하루에 한 곡도 마스터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흥미로운 악기가 우쿨렐레라며 “다른 주부들도 이 악기를 통해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영미(52·일산동구 중산동)씨는 한발 더 나아가 방과후 학교, 지역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씨는 “취미로 시작한 우쿨렐레가 하나의 노후 대비 수단이 됐다”며 “차근차근 지도자 과정을 잘 밟아 나간다면, 초보자들도 일년 후엔 아이들을 지도할 수준을 갖출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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