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업가 활약으로 프랑스에 '서울로' 탄생

중앙일보

입력

유럽 유학생 출신 여성 사업가의 활약으로 프랑스 남부 산업단지에 '서울' 이름이 들어간 거리가 생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바르주(州)의 씬시(市)당국은 이 지역에 조성중인 경제특구에 한국 기업 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되는 것을 기념해 인근 도로 이름을 'Avenue Seoul' (서울로)로 명명하기로 했다.

지중해 연안 마르세이유에서 동쪽으로 1백㎞쯤 떨어진 곳으로, 1백80여만평 규모인 이 경제특구에는 현재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과 존슨&존슨 등 30여개 미국.유럽 다국적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가 입주했으며 내년 단지가 완공된다.

유럽연합(EU)회원국이 공동 출자한 이 산업단지에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 지명이 들어가는 것은 '서울로' 가 유일하다.

이 일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신생 벤처기업 리닉스의 이승주(李承宙.32)사장. 그는 "현지에서 10여년동안 공부와 사업을 하면서 지자체 공무원 및 상공인과 쌓은 교분과 신뢰가 이런 결실을 가져온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기업을 위한 비즈니스센터 설립을 주도한 공로로 씬시 당국으로부터 한.불 경협 친선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대학 1년 때인 1987년 유학 길에 오른 李사장은 스위스.프랑스 등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다 환경 정화 분야의 사업에 눈을 떴다.

건강.환경 관련 제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의외로 큰 점에 착안해 아버지가 집을 사라고 준 돈으로 93년 씬 지역에 첨단 청소기 연구.개발 회사인 알파연구소를 세웠다.

프랑스인 석.박사급 연구원들을 거느리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국내에 리닉스를 설립했고 그해 말 스팀 흡입 청소기(제품명 VAPS)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지난달 프랑스 2TBE사에 연간 2백억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 등 이 제품에 대한 유럽지역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 제품은 고온.고압의 증기를 분사했다가 다시 빨아들이는 방식의 점포용 대형 청소기로 세제가 필요없으며 진드기.세균 등을 박멸하는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 환자나 임산부.신생아의 건강에 좋다는 점을 겨냥해 하반기엔 가정용 청소기도 선보일 계획이다.

씬 경제특구의 '서울로' 는 폭 7m, 연장 2백여m의 2차선 도로로 리닉스가 한국의 유망 중소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1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2층.연면적 3백평 규모의 비즈니스 센터 인근에 만들어진다.

리닉스는 중진공의 도움을 받아 환경.건강.생명공학 분야의 유망 중소업체 10여개를 1차 선정해 이 곳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씬 당국은 지난 2월 설립한 리닉스 현지법인은 물론 경제특구에 입주할 한국기업들에게 3년간 소득세를 면제하고 신규 투자의 절반을 보조하는 파격적 대우도 약속했다.

李사장은 "비즈니스 세계는 정말 넓고 기회도 많다" 며 "그러나 이 때문에 남편(프랑스 리용대학 철학과 교수)과 오래 떨어져 있는게 마음에 걸린다" 고 말했다. 문의는 02-3662-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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