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금호생명 비싸게 인수 … 산은, 2589억 손실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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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산업은행이 2009년 부실기업인 금호생명(현 KDB생명)의 주식을 고가로 인수했기 때문에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감사원이 2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 금호생명의 부실자산 규모가 이미 알려진 578억원 외에 1836억원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2009년 12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금호생명 한 주당 5000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의 주식 한 주당 순자산가치가 -152원에 불과한데도 그걸 매입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기업 인수의 필수 절차인 회계법인 등의 재무실사도 거치지 않았다. 또 사외이사들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인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KDB생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에 KDB생명 인수 업무를 담당했던 산업은행 임원의 비위 행위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은행 측 관련자 2명에게 주의를 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금융위가 2008년 1월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을 밝힌 뒤 현재까지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제외한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은 지방은행보다 낮은 D등급에 불과해 민영화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 마진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2.4%)보다 낮고,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할 예대율(은행의 총대출액을 총예금잔액으로 나눈 비율)은 2009년 12월 현재 425%로 아주 높은 게 산업은행의 문제라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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