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4%인 장기 인플레 기대치 낮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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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한은법 개정을 계기로 한국은행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을 추가해 한은의 금융회사 검사권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8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12월 17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인천 한은 연수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워크숍에서 “과거엔 항상 한은의 영역이 줄기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늘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 속에서 새로운 책무를 맡은 것은 한국은행으로선 도전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무대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금융규제에 대한 개혁도 중앙은행이 중심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권한이 커졌다기보다 책임이 더 커진 것인 만큼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책무에 따른 인원 증원 등 없이) 먼저 부담을 지는 희생정신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물가 걱정을 했다. “우리나라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4%로 높게 형성된 나라”라며 “한은의 최대 관심은 이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은이 물가관리청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인플레 기대치를 낮추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와 달리 현재는 금리 수준이 낮아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금리인하와 같은) 정책 선택의 폭이 작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가 다 연결돼 있어 약간의 변화에도 많은 자본이 움직이므로 그 변화의 시그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나라든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만 올릴 때는 위기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며 “지금처럼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리 정상화(금리인상)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마지막으로 “금융과 실물 부문 간 연계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번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금융부문은 실물부문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금융부문 자체의 효과가 매우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의 영향으로 금융부문이 실물에 파급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들 부문 간 연계가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실물과 금융 부문이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은은) 면밀하게 변화 과정을 보고 금리정책도 이런 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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