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대학생 전용 대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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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리 연 10%대의 대학생 전용 대출상품이 은행권에서 나온다.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금리도 연 20%대로 내려간다. 고금리 빚에 시달리는 대학생이 크게 늘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서민전용 대출인 ‘새희망홀씨대출’과 비슷한 대학생 전용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최근 주요 시중은행과의 실무회의에서 금리가 낮은 대학생 대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데 따른 조치다. 그동안 은행권은 소득을 증빙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학생에겐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대학생 전용 대출의 금리는 새희망홀씨대출(연 11~14%)과 비슷한 10%대가 유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희망홀씨에 준해 대학생 대출상품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로 내몰린 대학생 중 상당수를 은행에서 흡수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에 대한 개선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대학생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연 30%대인 금리를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한도 역시 현재 최대 3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500만원 넘게 빌리는 것을 순수한 학자금 대출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나선 건 대학생 대출이 워낙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대학생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0만8000명에 달한다. 2009년 말보다 57% 급증했다. 대부업체까지 합치면 대학생 15만6000명이 총 15조6000억원어치의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 금리는 연 30~40%에 달한다. 빚을 제때 못 갚는 대학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학생 대출 연체율은 저축은행이 10%, 대부업체는 14.9%에 달한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대학생에게 꼬박꼬박 이자를 받자니 신용불량에 빠질 수 있고, 이자를 못 내고 상환을 유예해 주자니 도덕적 해이를 양산하게 된다”며 “사회 분위기상 상품을 만들긴 하겠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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