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급하긴 급한 모양…'유연한 남북관계'강력 요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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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수해로 사라진 집 [사진=로이터, 차오시안]

북한이 급해졌다.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에 유연한 대북관계를 강하게 요청하고 나섰다.

북한으로선 갈수록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사정은 악화되는데 국제적 고립 현상을 풀 방법이 없다.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곤 있지만 겉만 그럴 뿐 역시 꽉 막혀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한국과의 관계개선이다. 가장 많은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곳도 한국이다. 식량이나 시멘트, 비료, 관광산업 등 한국의 지원이 없으면 현재의 경제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데다 한국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21일 "남조선 당국은 `대북정책`을 시급히 전환해 악화된 남북관계를 바로 잡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서다.

노동신문은 이날 `구태의연한 원칙고수 놀음`이란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대북정책을 적용함에 있어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여론을 퍼뜨려왔다"며 "(하지만 국무총리의 국회시정연설에서) `원칙있는 남북대화`를 운운한 것은 대북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공공연한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반통일적인 대북정책의 결과 꽁꽁 얼어붙고 핵전쟁발발의 위험만이 짙게 서린 현 남북관계"라고 주장했다. 유연하게 북한을 대하지 않으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성 주장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유연한 대북관계`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의 지원이다. 현재 북한은 장마와 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탈북자 사태가 멈추지 않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전국 곳곳에서 북한 당국과 김정일 부자를 비꼬는 대자보와 삐라도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한국의 지원` 등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남조선 집권자가 극악한 대결광신자인 현인택을 통일부장관직에서 해임시킨 그 자체가 `대북정책`의 실패에 대한 인정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 없이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못한다고 했던 현인택 전 장관의 사임에 상당한 기대를 표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노동신문은 또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성의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원칙 고수놀음이 가져올 것은 고립과 파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통령의 심기와 한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글의 전체적인 톤은 강경하지만 이런 점을 보면, 사실상 한국에 `유연한 대북관계`로의 정책 전환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띈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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