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대법관 … 양승태 대법원장이 제청한 박보영 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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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경험이 있는 ‘싱글맘(Single Mom)’이 처음으로 대법관에 내정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보영(50·사법연수원 16기·사진) 변호사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1일 새 대법관 후보자로 박 변호사와 김용덕(54·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다음 달 20일 퇴임하는 박시환(58·12기), 김지형(53·11기) 대법관의 후임으로서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주여고·한양대 법대를 나와 18년 동안 판사로 재직한 박 후보자는 경제 사정으로 2004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후 불교에 심취해 출가한 남편과 이혼한 뒤 세 자녀를 키워왔다. 그는 세 자녀를 모두 경기도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평소 지인들에게 “나는 좋은 엄마가 못된다. 사회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고, 그래서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박 후보자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부드러운 외모에 조용한 말투와 달리 강한 추진력과 소신을 지닌 법조인”이라고 평했다.

 박 후보자는 배석판사와 단독판사, 부장판사 시절 세 차례나 서울가정법원에서 근무한 가사(家事) 전문가다. 판사를 그만둔 뒤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서울가정법원 단독판사로 있는 1998년 ‘재산분할 실태조사’ 논문을 통해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최근에는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 1월부터 회원이 1400명에 이르는 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아 여성 재야법조인의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에 임명되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재판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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