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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71> 대한민국 특전사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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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육군 특수전사령부 연병장. 50여 명의 남녀 특전사 요원들이 특공무술 연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에 이들이 구사하는 특공무술은 치명적입니다. 특전사는 유사시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정찰과 감시, 습격 등 임무를 수행합니다. 각종 테러 진압작전을 벌이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그런 만큼 이들은 전투 로봇과 같이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을 갖춰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전투전술 연마도 필수입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특전사 요원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정용수 기자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 임무 완수하는 역할

특전사 요원들이 고도 3000m에서 고공강하 훈련을 위해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이들은 고도 1000m까지 35초 가량 자유낙하(free fall)후 낙하산을 펼친다. [육군 특전사 제공]

‘귀신같이 접근하여 번개같이 쳐라.’ 특전사 정문 안쪽의 바위에 새겨진 글이다. 유사시 적의 심장부에 침투해 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 요원의 임무를 짐작케 해준다. 특전사 관계자는 “특전사는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 임무를 완수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전사는 육군 소속이지만 대대·중대·소대가 아닌 팀제로 운영된다. 1개 팀은 10여 명으로 대테러진압부대를 제외하곤 모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은밀한 작전과 팀워크 때문에 소규모로 짜여지는 것이다. 특전사 1개 팀은 300~400명의 1개 대대 작전을 차단하고, 고립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특전사 측의 설명이다. 1개 팀은 폭파·의무·통신 등 주특기를 연마한 요원들로 구성된다.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 능력 때문이다. 특전사 관계자는 “유사시 1개의 팀이 적지에 고립돼 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탄약이 떨어지고 후방의 지원이 없이도 작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몸 자체가 병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팀원들은 모두 특등사수 수준의 사격술을 보유하고 있다. 담력과 사격술을 갖추기 위해 50m 떨어진 표적지 옆에 지휘관(대대장)을 앉히고 사격한다고 한다. 특전사가 육군 소속이라고 해서 육지만 작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하늘과 바다도 임무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특전사 요원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훈련을 이겨내야 한다. 5분 동안 윗몸 일으키기 260회, 팔굽혀 펴기 230회는 몸풀기 수준이라고 한다. 요원들은 30㎏의 군장을 메고 산악에서 시속 4㎞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기나 헬기 등을 이용한 공수 훈련은 필수다. 공수부대로 불리는 이유다. 수영 실력은 거의 물개 수준이다. 전천후 병기인 셈이다. 생존 훈련 과정에선 뱀이나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잡아 싸리나무로 연기 없이 불을 피워 익혀 먹는 훈련도 한다. 그러나 최근엔 동물 보호 차원에서 생닭을 이용하고 있다.

목표물 노리며 최대 3박 4일 한곳에서 버티기도

특전사 요원이 무술 시범 도중 맨손으로 맥주병을 격파하고 있다.

특전사의 저격수 1명은 1개 중대병력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반 전투원 1명이 적 1명을 제압하는 데 사용한 탄약은 약 2만5000발이었다. 그러나 월남전에서 저격수가 적 1명을 제압하는 데 1.7발의 탄약을 사용했다. 저격수는 1㎞ 밖에서도 사람의 관자놀이를 맞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저격수는 목표물이 등장할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길게는 3박4일 동안 한곳에서 잠들지 않고 버티기도 한다. 이를 위해 저격수들은 식량이나 물이 없는 상황에서 버티는 훈련도 받는다. 생리적 현상도 참아야 한다. 금연으로 생길 수 있는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저격수들은 비흡연자 중에서 선발한다.

특전사의 전투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신현돈 특전사령관은 “우리 특전사는 미국 특수부대를 모체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엔 전투력이 급상승했다”며 “수시로 진행되는 미국 부대들과의 연합훈련에서 우리 특전사 요원들은 미국 요원을 능가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전사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의 특전사 교육을 위해 군사협력단(아크부대)을 파견했다. 최근엔 바레인 교관들이 특전사를 방문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

15주 기본 훈련 중 3주는 공수훈련 받아

8박9일 동안 실시하는 천리행군은 특전사의 대표적인 훈련이다. 1974년 1월 영하 18도를 오가는 혹한 속에서 경남 하동을 출발해 서울까지 432㎞를 행군한 것이 시발점이다. 특전사 요원들은 누구나 1년에 한 차례 이상 이 훈련을 받아야 한다. 특전사 관계자는 “천리행군은 단순히 걷는 훈련이 아니다”며 “행군 기간 적이 있는 상황을 상정한 내륙전술훈련을 함께 실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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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행군의 처음 3일은 100㎞를 행군한다. 팀 단위 침투 훈련과 정찰감시·타격 훈련이 반복된다. 4~6일에는 도피와 탈출훈련을 포함한 은거지 활동과 특수작전을 펼친다. 마지막 7~9일은 팀단위 침투훈련과 특수작전, 팀단위 육상침투를 실시한다. 마지막 날은 하루에 100㎞를 작전을 펼치며 이동해야 하는 극한의 과정이다. 특전사 관계자는 “체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약 20시간 동안 100㎞를 이동해야 한다”며 “평지가 아닌 산악을 30㎏이 넘는 군장을 메고 시속 5㎞ 이상으로 작전을 펼치는 것은 특전요원이라 하더라도 견뎌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훈련은 특전사의 15주 기본훈련 과정 중 5분의 1(3주)을 차지한다. 요원들은 이후에도 수시로 육상과 공중에서 공수훈련을 실시한다. 특전사 관계자는 “유사시 신속히 적지에 침투하기 위해 수송기나 헬기 등을 이용하는 공중 낙하훈련은 특전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전사에는 고도 3000m에서의 고공 강하를 1000회 이상 실시한 현역만 56명에 이른다. 3000회 이상도 15명이나 된다. 성창우 원사의 경우 6000회를 넘겼다. 강명숙 준위의 경우 여군 최다인 4028회를 기록하고 있다. 개당 1000만원인 고공 낙하산은 300회 사용 시 바꿔야 한다. 성 원사의 경우 낙하산 값만 2억원(20개)이 들어간 셈이다. 특전사는 경비 절감을 위해 ‘코끼리’(생김새가 코끼리와 유사)라 불리는 기구를 이용해 200~300m 높이에서 수시로 강하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진정한 전투 프로는 천리행군과 공수훈련을 통해 육성된다.

특전사 요원 되려면

산악행군·강하훈련·특공무술 … 6개월 넘는 훈련 통해 단련

특전사의 특전 요원들은 장교와 부사관들로 구성된다. 부사관의 경우 1년에 5~6차례 선발한다. 복무기간은 4년이지만 장기복무를 지원할 수도 있다. 부사관 선발 경쟁률은 평균 10대 1을 넘는다. 지적능력(106문항)· 상황판단검사(15문항)·직무성격검사(180문항)의 필기시험 외에 체력검정·신체검사·인성검사·면접·신원조사를 거쳐 뽑힌다. 특전사 관계자는 “특전사 요원이 되기 위해 일곱 번 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원자는 입대일 기준으로 고교 이상 졸업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만 18세 이상 27세 이하여야 한다. 신장은 1m64㎝ 이상, 체중은 46~82㎏이다. 안경을 벗고 0.6 이상의 시력을 갖춰야 한다. 체력 검정은 100점 만점 중 40점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1.5㎞ 달리기 6분30초, 윗몸 일으키기 70개(2분), 팔굽혀 펴기 75회(2분), 턱걸이 4개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합격자는 6개월이 넘는 훈련 과정을 거쳐 특전요원으로 거듭난다. 기초훈련은 특전교육단에서 15주 동안 진행된다. 첫 5주 동안은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태권도 및 정신교육, 개인화기 사격 등을 한다. 그러나 1주차부터 실시되는 특전혼 교육과 10㎞ 산악행군은 특전사만의 전유물이다. 5주차에는 산악행군 거리를 35㎞로 늘린다. 이후 3주간은 지상에서 공수훈련을 거치고 헬기나 수송기, 기구를 이용한 네 차례의 강하훈련을 실시한다. ‘신분화 과정’이라 불리는 나머지 7주 동안에는 지뢰와 철조망 통과, 독도법, 산악행군, 특공무술, 특전종합훈련 등 침투대비 훈련이 실시된다.

기본 훈련 후에는 자대에 배치돼 본격적인 담금질을 한다. 30㎏이 넘는 타이어 끌기와 10㎞ 뜀걸음(구보)을 실시한다. 자대 적응 후에는 정보·작전, 폭파, 화기, 의무, 통신 등 주특기별로 5주간의 교육을 받는다. 이후 실전 투입에 대비한 6주간의 특전교육이 이어진다. 기본 교육을 마친 후에도 특수전 전문·고급, 산악 전문, 고공강하 기본·전문, 스쿠버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신현돈 사령관은 “특전사 요원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능가하는 체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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