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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의 봉만대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요즈음 일고있는 AV열풍을 주도한 문제작. '이천년'

21세기를 열면서 AV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매니아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봉만대 감독을 만났다.

그동안 과연 인터뷰에 응해야 하는가를 늘 고심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의 작업에 대한 정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네티즌 앞에서 다짐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에서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우선 간단한 신상명세를 물었는데, 가명인줄만 알았던 '봉만대'라는 이름이 본명이라고 한다.지금 하는 일들을 절대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떳떳하기 때문에 가명을 쓰지 않는다고....

- AV감독으로 입문하게된 동기는?
"원래는 연기가 좋아서 연극을 하다가 우연히 카메라로 내 얼굴을 봤는데 "이 얼굴은 배우할 얼굴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다가, 영화일을 하게 됐고 이왕이면 "감독 쪽으로 좀 포부를 키워보자" 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죠.

주위의 권유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어요. 처음에 조감독 했던 작품이 '에로스 여배우'라는 건데 "드라마속에 에로가 들어있는 거지 에로만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죠.AV는 백화점에 들어가기 전에 시장에 들어가 있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잘 포장하면 가격도 올라가고 나중에는 없어서 못 팔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꺼려하거나 기피한 건 없었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저는 AV도 하나의 장르로 봅니다. "

-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35mm 영화라면 "연기나 드라마의 힘", 광고라면 "제품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겠지만 제가 하고있는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에로를 어떻게 찍느냐"는 거죠. 전체적인 작품과 맞춰야 하고 심의도 생각하고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들을 거스르지 않도록 절충안을 내야죠.

드라마를 받쳐 줄 수 있는 에로가 수반이 될 때 영화의 힘이 커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하죠. 에로에 애로가 좀 있어요. "

- '이천년'을 보면 러브씬도 그렇지만 러브씬에서의 대사가 참 야하다고들 하는데....

"원래 '이천년'은 극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받아주질 않았어요. 그때 '노랑머리'가 나왔는데 기획한 시간대는 비슷했어요.

독자적으로 혼자 진행하다 보니까 힘들었고, 다른 감독이 "시나리오를 줘라. 내가 스폰서 구해서 해보겠다" 했는데 나는 "내가 쓴 거니까 내가 해보겠다"하다가 AV로 한단계 내려가서 만들게 된 거죠.

에로적인걸 추가 하다보니까 러브씬 자체가 약해서 그쪽에 힘을 줄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소외된 10대들이 살고있는 얘기를 부분적으로 털어놓는 영화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대사가 뭐냐를 찾았죠.

그래서 발췌를 해서 러브씬 할 때 넣었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

- 이천년이 이런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어요.포부는 있었고, 심혈을 많이 기울였죠.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편집 끝까지 떠나지 않았어요.준비기간도 길었었고, AV한다고 6개월이나 시나리오 쓰는 놈은 아마 나밖에 없을 거예요.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갔었어요.끝까지 내가 직접 찍으면서 부족한 점도 찾아내고..
그리고 많은 협조가 있었죠.도와준다는 분들도 많았고, 배우도 신선했고, 절대 혼자만의 결과는 아니었어요."

- 스카웃제의도 많을 것 같은데 35mm 쪽으로 진출하실 의향은 없나?

" 기대도 안해요.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변명 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까지는 그 영역에 도달하지 않았어요.남들은 건방지게 극영화를 쉽게 보더라구요.

35mm하고 16mm의 구분을 너무 분명하게 두는 것도 문제지만 16mm는 보여줄 수 있는 한계점이 있거든요.극영화는 밀폐된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 영화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어야 되는데, 그 매력을 끌고 가는 힘이 아직 제게는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런 제의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혹 받더라도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아직 그 그릇은 안돼요."

- 나중에라도 하고싶은 생각은 없나 ?

"아직 젊으니까..... 서른 다섯 넘어가기 전엔 해볼 생각입니다.분명히 말하는데 나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의 작품을 하고 싶어요.어떤 제작자가 봉만대라는 사람을 불렀을 때,지금 하고 있는 AV일을 소홀히 보지 않는 이유가 내가 나중에 다 이걸 샘플로 제공하려고 해요.
"나 이런 사람이다. 쓸 수 있느냐?"
"쓰겠다, 당신 영화보니까 뭔가 있다. 더 큰 바다에 와서 놀아라" 하는 사람이면 하죠.

아직까지 공부를 더 해야되고 부족한 것도 있고, 사실 이천년 이후로 더 좋은걸 찍어야 된다는 부담이 많이 와요.

모든 자료들이 정립이 됐을 때, 다 보여줄 수 없지만, 부분적인거나마 "이사람 된다" 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제의가 오기 전에 직접 뛰어다니면서 해야죠.."

- 10년 20년 후에 감독님의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주길 바라나?

"많이 비판해 주었으면 해요.속된말로 씹었으면..."저것도 영화냐"그렇지 않고선 반성할 시간도 없이 자기 것에만 빠져있겠죠.벌써 이천년 만든지가 두세달인데 저도 이천년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그 작품에서 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죠.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노력을 집중을 하다보면, 타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때 어떤 입지에 와있는 거지, 손가락질 받지도 못한다면 더 비참할 것 같아요."

-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상업영화라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젠데....단편이라고 생각했을 때 10분짜리를 만들어도 동참이거든요.돈 없어도, 예술성을 따지고 하고 싶은 거 한다는 생각에...AV는 먹고사는 생계로 보니까 돈 얘기부터 하죠.

제일 걸림돌은 돈이고 또하나 만드는 사람부터 잘못된 인식을 깨뜨리려고 해야 되는데 다 숨기려고만 하니까 개방이 안돼죠.현장에 가서도 맘편하고 떳떳하게 내 신분을 밝힐 수 있으면서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세트라도 생겼으면 해요."

- 큰 영향을 받은 감독이 있다면?

"영화쪽으로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이 계시죠.어머니 같은 분은 강영규 감독님인데 조감독 처음 할때 그분과 같이 해서 어머니 젖을 빨고 자랐던 것처럼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특히 포용력, 얼싸안아 가는 걸 배웠죠.

아버지 같은 분은 유호에 계시는 김성수 감독님.현장에서 표독스럽고, 잔인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끌고가는 그런 힘을 배웠어요.두분이 정반대의 특색을 가지고 계신데, 나름대로 알맹이만 많이 빼먹으려고 했지만, 전체는 못 배우고 조금씩만 배워서 써먹고 있죠.

외국 감독은 기타노 다케시.좋아한 지는 별로 안되는데, 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무지무지 반했어요.영화에 말이 없는데도 메시지가 다 전달이 되는게 기가막혀요.미장센을 이용한 기법들.

내가 저정도 감독이 되려면 얼마나 더 공부해야되나 생각도 들고, 사진을 집에다 걸어놓고 보면서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죠.허리우드의 거장을 좋아하진 않고 유럽 영화에는 관심이 있어요.."

- 앞으로 AV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다 벗어야죠.다른 말 필요 없고, 그래도 노출되어질 수 있는 한계는 분명히 있는 거고 정말 발전을 하려면 만드는 사람, 저부터가 자각을 해야죠.일본 같아서도 안되고 미국 같아서도 안되고....

다들 우리나라꺼 우리나라꺼 하는데AV도 우리나라 것을 찾아야 홍콩이나 일본이나 미국에 수출도 하고....뭔가를 하려는 사람한테 힘을 줄수 있는 배경이 생겨야 되요.자본적인걸 떠나서 여론확산이 필요하죠.음지에 있는 걸 양지로 보내는 노력이 필요해요."

- 요즘 젊은 층에서 AV 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좋은 현상이죠.얼굴에 여드름이 났는데 짜니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좋은 데서 짜면 피부가 더 좋아질수도 있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면 얼마든지 할 수는 있어요.

다만 한가지 지금 현재 나와있는 것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면 해도 좋아요.하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뭘하던지 간에 영상을 만드는데 있어서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도전할 만 하죠."

- 끝으로 AV 매니아들에게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니아분들 무서워요.그분들은 사실 우리보다 비판에 있어서 나은 면이 더 많아요.우리가 매를 많이 맞아야죠.앞으로 시장의 변화가 많이 생길 것이고 매니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게 열려있어요.

매니아들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관점을 고칠 필요도 없고, 고쳐서도 안되고....매니아가 찾는 영화, 보고자 하는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도록 우리가 열심히 노력을 해야죠.매니아와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자석같은 개념이 되었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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