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 대부분 `개인정보 보호지침' 무시

중앙일보

입력

대부분의 인터넷 업체들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지침''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업자들이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정보통신부가 업체들에 강력하게 권고한것으로 이를 어기는 업체에는 과태료 등의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은 인터넷 업체들의 경우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회사의 입장(목적/이용/방법/항목 등)과 담당자의 연락처를 밝히고 14세 미만의 가입자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지침이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난 6일 현재까지 상당수 업체들이 과거의 관행대로 서비스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많이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개인정보 담당자의 이름이나 연락처는 대부분의 업체가 기재하지 않고 있다.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등 3대 포털서비스 업체는 지침의 취지에 맞는 각각의 정보보호정책을 수립,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등 비교적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성년자의 부모동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극히 형식에 그치거나 아직은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미성년자로 확인되면 새로운 창을 띄워 부모가 동의했는지 여부를 물어보기는 하지만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식 대처에 불과하다.

게다가 야후코리아와 라이코스코리아는 아직 미성년 가입자의 부모동의를 구하기 위한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야후코리아는 앞으로 미성년 가입자에 대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가 입력돼야 아이디(ID)를 부여하는 `가족계정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또 라이코스측은 2원적인 ID체계를 구축, 검색이나 게임 등 일부 콘텐츠는 최소한의 개인정보로 ID를 발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상거래 등 나머지는 실명확인과 부모의 동의를 거친 뒤 발급받은 ID로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그나마 나름대로의 성의는 보이고 있으나 정통부의 지침을 아예 외면하는 업체들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www.dialpad.co.kr) 사이트나 포털사이트인 네띠앙(www.netian.com), 채팅사이트인 세이클럽(www.sayclub.com) 등은 개인정보 담당자의 연락처는 물론 미성년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 하늘사랑(www.skylove.co.kr)은 당분간 미성년자의 가입을 전면 중지시켰지만 개인정보 책임자의 연락처는 e-메일 주소만 밝혀두고 있으며 포털사이트인 네이버(www.naver.com)에는 책임자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없는 상태다.

이들 업체의 일부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입장도 과거의 내용을 아직 변경하지않고 있다.

게다가 팍스넷(www.paxnet.co.kr)과 같은 증권정보 사이트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대한 자사의 입장이나 설명을 아예 찾을 수 없다.

상당수 업체들은 개인정보 보호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회원가입이나 비밀번호 변경 등의 과정에서 부모의 이름이나 배우자의 생년월일, 출신 학교, 고향등 서비스와 전혀 관계없는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인터넷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지침''이 각 업체에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으며 내용도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져 현실성이 없다면서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정부당국의 행정편의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통부는 지난 4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지침을 만들어 6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나 개별 업체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지침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또한 이용자의 나이나 생년월일, 성별, 학력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는 인터넷 타깃마케팅의 필수항목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인터넷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원정보의 판매나 스팸메일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일부 조항을 보면 수익모델을 놓고 고민하는 사업자의 입장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지침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인터넷업체는 하루에 수천명의 미성년자가 회원에 가입하는데 어떻게 일일이 부모의 동의를 구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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